[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검찰이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연루된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전직 임원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들에게 각각 금고 5년을 구형했다.
이 밖에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관계자 등 10여 명에게는 각각 금고 3년∼5년을 구형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정시설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형벌이다.
생명과 신체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현대사회에서 결함 있는 물건을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과 그 경영진의 부주의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면 막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도 이의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구형 의견이다.
홍 전 대표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현 단계에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가 공소사실에서 검찰이 주장한 것과 같은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한편, 안 전 대표는 CMIT·MIT를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 전 대표도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해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유해성 논란이 처음 불거졌던 2016년 당시 독성 물질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책임을 피했지만, 이후 CMIT와 MIT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2018년 말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돼 지난해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