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전쟁 2차전 나선 MB정부>
유모차부대 회원 44명 무더기 소환…“중복처벌 가능성도”
건국대 학생간부 3명, 간첩전문 수사국 ‘보안분실’로 연행
안보위해사범 100일 작전’ 하달…“실적쌓기 수사” 의혹 제기
“일단 잡아놓고 국가보안법으로 엮어 넣겠다는 심산” 주장도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촉발됐던 ‘촛불집회’를 둘러싼 경찰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5일 하루 사이,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인터넷 카페 ‘유모차부대 엄마들’ 회원 등 주부 44명에게 도로무단 점거 혐의로 소환을 통보했는가하면, 건국대 총학생회장 등 대학생 3명을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강제 연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대학생들은 국가보안법 관련 사범들을 주로 담당하는 경찰청 보안국에서 2박3일간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일단 집시법 위반으로 잡아놓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캐 사건을 확대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 경찰이 최근 국내 간첩 및 안보위해 사범 검거를 위해 ‘100일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 “공안사범 검거 실적을 올리기 위해 1년이 지난 지금, ‘촛불 뒷설거지’를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5일 인터넷 카페 ‘유모차부대 엄마들(현 촛불유모차와 함께하는 촛불가족)’ 회원 등 44명의 주부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반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출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촛불 유모차 부대’ 집단 출석요구로 논란 확산
경찰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인터넷 블로그에 유모차 부대 회원들을 비방하는 글을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던 한 블로거의 고소로 시작됐다. 당시 이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집회 현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은 아동학대다. 또 유모차 부대가 데리고 나온 아이들은 실제 자신들의 아이가 아니었다”는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으로 올 3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이후 이 블로거는 “유모차 부대가 자신들의 아이를 데리고 집회에 나온 것이 사실이라면 도로를 무단점거한 것도 사실일 테니 관련법규에 따라 처벌해달라”며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던 피고발인 44명 모두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소환장을 받은 44명의 주부 중 2명은 이미 지난해 9월 유모차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바 있으며,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대해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가 지난해 9월 접수된 사건에도 연루돼 있어도 범죄날짜가 다르다면 중복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처벌 여부는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이와 관련 유모차 카페 한 관계자는 “경찰이 증거로 제시한 사진은 인도를 따라 걸어가다가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잠시 근접한 차도로 내려가 걷고 있을 때 찍힌 것”이라며 “도로점거의 기준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내 아이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먹거리와 바른 교육, 안정된 삶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촛불을 든 것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지 몰랐다”며 “태극기 퍼포먼스를 했을 때도 주위에 있던 경찰의 허락하에 했다”고 주장했다.한국여성단체연합은 6일 ‘경찰은 촛불 유모차 엄마들의 표적 탄압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1년여가 지난 이 시점에서 유모차 부대 엄마들을 무더기 소환한 것은 이들에 대한 보복성 고발이자 표적수사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며 “현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꼬투리를 잡아 소환∙처벌하려는 것은 정부에 대한 비판의견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집시법 위반’이라더니 보안분실에는 왜?
유모차부대 회원들이 소환장을 받은 그날 오후, 건국대 하인준(21)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건국대학교 학생간부 3명이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강제연행 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5월 21일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5일 주거지 등에서 각각 검거,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경찰청 보안3과(보안분실)에서 2박3일간 조사를 받게 했다. 건국대 학생간부 3명의 연행이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바로 이들이 주로 공안사범들을 수사하는 ‘보안분실’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점이다. 홍제동 보안분실은 경찰청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사무실로 간첩,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산업스파이 등을 수사하는 공안기관이다.실적경쟁 내몰린 경찰, 사건 뻥튀기로 실적 채워?
한편 경찰이 지난 4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안보 위해 사범 100일 수사’도 공안정국을 조성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의 보안사범 수사가 ‘실적 올리기’에만 연연해 과거행적을 문제 삼아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와 관련한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유모차 부대의 줄소환, 건대 학생간부 연행 등을 두고 ‘경찰의 실적 쌓기’라고 비난을 가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