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공수처 이제 겨우 자리잡아가" 사실상 반대 표명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위한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한동안 잠잠했던 여당에서 다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개혁 강경론자로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라디오에 나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관련 법안을 당 지도부에 곧 보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검수완박'을 위한 중수청법은 박 의원이 속한 민주당 검찰개혁특위에서 준비해 왔다.
박 의원은 "조만간 (당대표에게) 보고할 것"이라며 "보고를 하고 나면 이제 당 지도부 차원에서 특위를 어떻게 할지, 검찰개혁 관련 입법의 속도나 방향을 어떻게 하게 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수청법 처리 시기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고민하고 준비해온 내용이 있어 지도부 판단에 따라 시간이 별로 안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진행자가 '정기국회 내 중수처법 처리가 가능한가'라고 묻자 "준비된 상황을 봤을 때는 그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제 판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도부 판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중수청법이 민주당 지도부에 보고될 경우, 이를 둘러싼 지도부가 갈등이 우려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민생 우선' 기조를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지도부 내에는 김용민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문 강성 인사가 상당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대 민생 현안인 부동산 정책을 두고도 송 대표와 강성 친문 지도부 간 노선 갈등이 불거진 상태다. 여기에 '검수완박'을 둘러싼 노선갈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도 민생이 우선이란 입장이라 여당 내 강경파가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에게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마련된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새로운 형사사법제도가 올해부터 시작돼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 가는 상황이다. 이를 조속히 안착시켜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며 사실상 중수청법 추진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김 후보자는 또 검수완박에 대해서도 "국가 전체의 반부패 대응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계, 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하고, 국가의 반부패 대응역량도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그러면서 "검찰은 그동안 국가적으로 중대한 부패사건이나 대형 금융·경제 비리 사건 등의 수사를 통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경찰보다 수사력이 뛰어나다는 취지로 읽힌다.
한편 여당의 검수완박 움직임과 별도로 박범계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가 검찰 형사부의 직접 수사 제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강력부를 반부패·강력부로 통폐합하는 방향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개편안은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경우 1곳에서만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를 수사하도록 하고 이 경우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