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안정 위해 각종 대책 쏟아냈으나
결과적으로 집값‧전셋값 상승세 꺾지 못해
대책 발표할 만큼 시장 과열됐는데도 무대책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 발언)
문 대통령이 당시 국민에게 했던 약속은 사실상 지켜지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집값 급등은 초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3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6억708만원)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708만원에서 11억5751만원 90.66%(5억5043만원)나 상승했다.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연립·다세대주택 등 다른 유형의 주택도 덩달아 뛰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국민 대차대조표’를 보면 최근 4년여간 주택시가총액 증가율은 42.9%였다. 올해에도 집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해당 수치는 더 오를 전망이다.
이를 고려할 때 바로 직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29.6%), 박근혜 정부(22.3%)의 증가율을 합친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36.2%)의 증가율 역시 웃돈다. 다만 역대 정권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노무현 정부(91.2%)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는데 소득은 한참 더디게 오르면서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최고치로 나타냈다. 올해 1분기 서울의 PIR은 17.8배였는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7년을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대출, 세제, 분양가 등 전방위적인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할 때 정부가 개입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정부가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짚었다.
집값과 연동하는 전셋값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2017년 4억2619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6억3483만원으로 48.95%(2억864만원) 올랐다. 평범한 근로소득자들이 4년여간 모을 수 있는 돈의 액수가 아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른바 ‘인상률 5% 한도, 1차례(2년) 계약갱신 요구권’을 담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행했다. 임대차 시장은 정부의 예상과 조금 다르게 움직였다. 신규 계약 시에는 인상률 상한이 적용되지 않아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급격하게 올려 받았다.
이는 같은 단지 같은 평형임에도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전셋값이 크게 벌어지는 ‘이중 가격’ 현상으로 이어졌다. 최근 전세 거래와 매물이 줄어들자 임대차법의 부작용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정부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갱신 계약 혜택을 본 세입자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해명했으나 여론은 싸늘했다. 도리어 전세난을 외면한 ‘자화자찬’이라는 핀잔이 돌아갈 뿐이었다. 정부를 믿고 인내하며 기다렸던 만큼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커진 탓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 백지화, ‘등록임대주택사업자’ 제도 폐지 등 대책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며 “이렇다 보니 이제는 대책은 없고 ‘집 사지 말라’는 읍소와 ‘집값 고점’이라는 경고만 남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