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후 1년, 전세가격 뛰고, ‘전세의 월세화’는 가속
반면 부동산 시장 교란하는 외국인 규제는 부족…“자국민 역차별”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는 정부의 규제 방안이 1년 만에 백지화된 가운데 '임대차 3법'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가 규제 이후 세입자 피해를 우려해 재건축 실거주 의무화를 폐기한 만큼 당초 세입자 보호 취지가 무색해진 임대차법도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외국인들의 ‘한국 부동산 쇼핑’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보유가 점차 늘고 있는데, 이들이 시장 교란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인 부동산 투자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사각지대로 되면서, 내국인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7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담은 임대차법을 전격 시행했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상승폭을 5%로 제한하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 2년인 임대차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해 4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한 개념이다. 올 6월부터는 전월세 거래 신고 의무인 전월세신고제까지 도입해 임대차 3법을 완성시켰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차법을 도입했다지만 정작 전세 시장은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는 양상이다. 우선,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여 만에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억원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483만원으로 조사됐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4억9922만원보다 1억3562만원 오른 것이다.
다음으론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임대차 3법 시행 전 1년(2019년 8월~2020년 7월)간 19만 4686건이었으나 시행 후 1년 간 16만 8750건으로 13.3% 감소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월세(준월세·준전세 포함) 거래량은 5만 4702건에서 5만 7260건으로 4.7% 늘었다. 전월세 거래량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8.1%에서 33.9%로 5.8%포인트 높아졌다.
부동산 업계는 새 임대차법과 다주택자들에 대한 중과 등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이 같은 결과를 불러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규제로 생긴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던 집을 월세나 반전세로 바꿨을 가능성이 높은데, 서민들의 주거안정 측면에서 임대차법을 도입한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세 매물은 실종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초(1월 7일) 5만 890건에서 임대차법 시행일인 7월 31일 3만 8,427건으로 줄더니 시행 2개월 만인 10월 5일에는 8,313건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조금씩 늘면서 27일 현재 2만 50건을 기록 중이지만 임대차법 시행일 이후만 보더라도 거의 반토막 수준(47.8%)이 됐다.
이처럼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임대차3법의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부동산에 대한 규제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외국인들이 투기적 성격으로 보이는 부동산 투자룰 늘리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을 흔들고 있어서다. 현재 우리나에는 외국인 부동산 거래에 대한 마땅한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외국인 토지 보유 현황’에 따르면 순수외국인 소유 토지 면적은 2016년 1199만8073㎡에서 2020년 2135만7867㎡로 약 78%나 급증했다. 순수 외국인이란 교포나 합작법인, 외국법인, 정부단체 등을 제외한 해외 국적 소유자를 의미한다.
올해 1분기 외국인의 건축물 거래 건수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외국인의 건축물(업무·상업·주거용) 거래 건수는 5280건으로 전년 동기(4979건) 대비 6% 늘어나 역대 가장 많았다. 문제는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상당 부분 투기로 보이는 데다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가 늘면 변동성이 커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 2만3167건 중에 소유주가 한 번도 거주한 적 없는 아파트가 7569건으로 32.7%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들이 불법적인 자금을 통해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례도 있었다. 관세청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조사를 통해 최근 3년간 비트코인 환치기 자금이나 관세포탈 등으로 서울 시내 아파트를 불법 취득한 외국인 61명을 적발했다. 이들이 매수한 아파트는 16채로 176억원 상당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외국인이 우리나라 부동산을 취득할 때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역차별을 당한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차법에 대해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공급을 이길 시장은 없기 때문에 가격 통제 정책 대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