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M&A 물거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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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M&A 물거품 우려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1.09.3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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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한국조선해양, 매각 계약 12월 30일로 3달 더 연장키로
韓 日EU 3개국서 기업결합심사 지연. 글로벌 선주 모인 EU 최대 변수
양사 결합 반대 목소리도 넘어야할 산...지역사회서 매각 철회 호소 중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 입방미터급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 입방미터급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2년 8개월째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둘러싼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면서 인수합병 절차의 핵심 계약이 또 연장돼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체결한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이 이날 만료된다.

산업은행은 2019년 1월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확정하고 현물출자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5970만주)을 현대중공업에 현물 출자하는 대신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 1조2500억원어치와 보통주 600만9570주를 받는 것이다.

양사는 지난해 3월까지 현물출자 등을 이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이 지연되면서 4차례 기한을 연장해 왔다. 지난 6월 30일 기한을 9월 30일로 연장하는 등 올해만 2차례 미뤘다.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은 기업결합심사가 모두 끝나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 수주는 글로벌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합병할 수 있다. 하지만 6개국 중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 등 3개국의 승인만 받고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3개국의 문턱은 아직 넘지 못했다.

업계는 올해 말 내지는 내년 상반기로 다시 한 번 계약이 연장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연내 마무리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결합 승인 여부가 EU의 판단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EU는 세계 주요 선주들이 몰려 있는 지역인데다 경쟁법이 발달해 기업결합 승인을 다른 지역보다 더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EU는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대형 크루즈선사인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아틀란틱조선소의 합병을 최종 불허한 바 있다. 합병은 단 한 곳만 불허 결정을 내려도 무산된다.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에 우려를 제기하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현대중공업에 요구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달 기준 올해 발주된 14만㎥급 이상 LNG선 38척 중 37척(97.4%)을 수주했을 만큼 LNG선 시장에서의 입지가 크다. 이 때문에 EU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해준다면 한국과 일본도 머지않아 심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합병이 마무리되기 위해선 EU가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에서 먼저 승인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결합 심사만이 끝이 아니다. 경남, 거제 등 지역사회와 노동계에서 양사의 결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대통령이 매각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결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진언한다”고 호소했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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