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미국과 중국 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싸움이 본격화되면서 '경제안보'가 한국의 생존에 있어 핵심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시간 15일 저녁, 한국시간으론 16일 오전 화상 정상회담을 갖는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사실상 첫 미중 정상회담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공급망 문제를 비롯한 양국 간 주요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중 양국은 외교·안보에 못지않게 경제·기술 분야에서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문제가 놓여있다.
이와 관련,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을 사흘 앞두고 낸 성명(백악관 홈페이지 게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의도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할 것이며 중국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솔직하고 분명하게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브리핑을 통해 "이 회담은 우리가 장기적으로 중국을 이기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열 달 동안 행동을 취한 뒤 도래한 것"이라며 "그간 미국 내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높이고 동맹 및 파트너들과 단합되고 조율된 대중 접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미중 양국이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양국 사이에 낀 한국의 부담도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국 측 압박이 커지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을 찾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과) 역내 문제와 경제·무역관계를 심화할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슈 중 하나는 경제안보 관련이었다"며 중국을 겨냥 "우리 모두가 핵심 공급망을 한 국가 또는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공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중 정상회담 이틀 뒤에는 통상장관 격인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을 찾는다. 미 통상장관의 공식 방한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한창이던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는 최근 미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역내 디지털 무역협정 추진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해당 국가들과 관련 협의를 진전시켜나갈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방한에서 타이 대표가 인도·태평양 디지털 무역협정 관련 성과물을 내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작업에 적극 가담할 경우,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의 요소수 대란 와중에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고 위협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