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SUV 확대로 수익강화… 영업익 현대차 7조‧기아 5조 돌파 유력
전세계 완성차 1~9월 판매 순위 4위로 3위 르노‧닛산‧미쓰비시 ‘맹추격’
아이오닉5 등 전기차 라인업 호평 일색… 친환경차 비중 첫 10% 돌파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현대차그룹이 올해 코로나19와 반도체 부족 사태의 이중고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크게 키웠다는 평가다. “2021년 전기차 도약 원년”을 외쳤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선언이 현실이 된 셈이다.
23일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는 7년 만에 영업이익 7조원 돌파가 유력시되고 있다. 전년 대비 196.5% 급증한 7조1006억원으로 예측돼서다. 매출은 작년보다 13% 늘어난 117조4811억원으로 추정됐다.
기아의 성장세는 더 놀라운 수준이다. 이미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3조8906억원)이 기존 연간 최대치(2012년 3조5223억원)를 넘어섰다.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161.1% 증가한 5조3961억원이다. 매출은 작년보다 20.3% 늘어난 71조1920억원으로 예상됐다.
현대차그룹의 고급차·SUV 집중 전략은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일명 ‘제품 믹스 개선(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효과를 누리며 수익 강화에 성공한 것이다.
그룹 안팎에선 올해 현대차그룹이 수익 강화뿐 아니라 글로벌 위상 강화를 동시에 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올해 북미와 유럽의 자동차 단체와 유력 매체가 발표하는 ‘올해의 차’ 종합우승 최다 선정 제조사에 등극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10개의 자동차 시상식 중 6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여러 시상식 중에서도 특히 글로벌 자동차 전문 미디어 탑기어가 현대차를 올해의 차로 선정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아시아 제조사에 평가가 인색한 것으로 알려진 탑기어는 그간 한 번도 현대차그룹의 차량을 올해의 차로 선정한 바가 없다. 또 탑기어는 현대차의 혁신적 라인업과 친환경 기술을 높이 평하며 ‘올해의 제조 기업’으로도 선정했다.
올해의 차에 선정된 현대차그룹의 차종들은 전동차와 고급차, SUV 모델에 집중돼 있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전략적으로 집중해왔던 부문”이라며 “디자인을 비롯해 생산과 품질, 혁신성, 안전 등 전체 상품성에서 글로벌 상위권으로 올라선 것을 보여준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판매 확대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각 완성차 브랜드와 자동차협회에서 발표한 올 1~3분기 세계 자동차 판매 현황을 보면, 현대차그룹(505만대)은 3위를 기록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549만대)를 맹추격하는 상황이다. 4분기 업체별 반도체 수급 상황에 따라 3위 자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위와 2위는 폭스바겐그룹(695만대), 토요타그룹(632만대)이 각각 차지했다.
무엇보다 친환경차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점이 두드러진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친환경차 비중이 사상 첫 10%를 넘겼다. 현대차·기아의 올 1~11월 친환경차 판매량은 65만6479대에 달하며 전체 판매량의 10.7%를 담당했다.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탑재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그룹의 미래를 더욱 밝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모델은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부터 출고 적체를 해소하며 판매량이 대폭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이 기세를 몰아 2026년 전기차 글로벌 연간 판매목표를 종전 100만대에서 17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환을 빠르게 하면서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며 “시장 주도권을 쥐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선 회장 체제가 1년이 좀 지났는데, 그 효과가 점차 가속화되면서 4~5년 뒤에는 기업 가치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