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정부가 청년을 대상으로 월세를 지원할 방침이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원 대상 청년이 극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월세 지원이 결국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4월부터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한달에 최대 20만원의 월세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정책은 국비와 지방비 총 2997억원을 예산으로 만 19세~34세 청년의 월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부는 지원 대상 청년을 전국 약 1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국토부의 월세지원 신청 기준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인 소득이 중위소득의 60% 이하, 가구 소득 중위소득 이하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지원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 월소득이 117만원 이하인 1인 청년 가구만 정부의 월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을 받더라도 주 5일, 8시간 근무하면 한달 소득이 191만원이 넘어 지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한달 월세 55만원을 내고있는 직장인 손모씨(27세)는 “수원시에서는 50만원 이하의 월세만 지원하고 있어 겨우 5만원 차이로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정부의 월세 지원 소식을 듣고 자세히 알아봤는데 지원 가능한 청년이 있을지 의문이 드는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씨(29세)는 “서울시에 거주할 때는 월세 지원을 일부 받았는데 세종시로 이사오면서 지원을 못 받고 있다”며 “전국 단위의 월세지원 정책은 대다수의 청년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꼬집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이번 정책은 저소득 청년을 위해 마련돼 낮은 소득 기준이 책정됐다”며 “각 지자체에서도 월세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국토부에서는 지원 대상을 좁혔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월세 20만원 지원과 임금인상 또는 취업의 선택지가 있을 때 전자를 선택하는 청년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 지원 대상으로 설정한 저소득층 청년이란 결국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인데, 국가 예산이 실질적인 청년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이어 “임대료라는 최종 가격에 영향을 주는 정책은 결국 시장에 왜곡을 주게 된다”며 “월세 지원을 염두하고 임대인이 임대료를 높이고, 임차인이 이를 수용해 전체 시장가격이 오를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지역별 임대료 수준에 차이가 있는데 소득 기준을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며 “정책에 실효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지원자의 수혜자격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