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기획재정부의 ‘2021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2017년 34조 원이던 근로소득세가 2021년 47조2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4년 간 약 4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매년 평균 10%씩 오른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총국세 증가율(29.6%)을 넘어서는 수치다.
근로소득세는 월급·상여금·세비 등 근로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급여를 받기 전에 원천 징수된다. 직장인들로선 사실상 줄어든 월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물가상승으로 급여가 오르면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도 따라 올라야 이런 월급 감소 효과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이 2008년 이후 변동 없이 유지되면서 증세로 이어졌다. 그 결과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명목소득 증가에 따른 세금만 늘어난 셈이다.
문재인 정부 기간 늘어난 세금은 근로소득세만이 아니다. 자산 관련 세금은 2017년 28조1000억 원에서 2021년 68조1000억 원으로 2.4배 증가했다. 2017년 4조5000억 원에서 2021년 10조3000억 원으로 2.3배 증가한 증권거래세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동산 관련 증세다.
양도소득세는 2017년 15조1000억 원에서 2021년 36조7000억 원으로 2.4배 늘어났고, 종합부동산세는 2017년 1조7000억 원에서 2021년 6조1000억 원으로 3.6배 증가했다. 또 상속증여세는 2017년 6조8000억 원에서 2021년 15조 원으로 2.2배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의 결과물이다. 현 정부는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을 손보는 데는 인색했지만 집값 폭등에 따른 증세에는 기민하게 대처했다.
이 같은 증세는 가계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 물가 상승까지 겹쳤다. 가계로선 곡소리가 날 정도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물가상승압력 확산 동향 평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물가상승 압력이 다양한 품목에 걸쳐 전 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공급 측 요인인 식료품·에너지가 주도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품목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확산했다.
특히 외식품목의 물가상승 확산세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수요회복과 재료비 인상 등에 따른 추가 상승압력이 상존한 데다 하방경직성이 커 올해 중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더해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내구재 물가상승압력도 뚜렷해져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물가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공급망 교란 장기화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겠나싶다. 대통령이 최근 반년 사이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11차례나 소비자물가 관련 지시를 쏟아내고,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경제수석을 ‘계란수석’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지도 미지수다. 차라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가령 세금을 걷는 일에서 가계의 사정을 꼼꼼하게 헤아리는 게 낫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