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주사 내 동일 사업체 정리…과제로 떠올라
운영주체 통합 시 비용절감‧시너지창출 등 기대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한 지붕 두 살림의 비효율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지주사 내 두 개의 계열사가 같은 사업을 각각 영위하는 경우, 제 식구와 출혈경쟁을 하는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각 사의 공동 사업부문을 통폐합하면 제조 및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수익성 개선도 꾀할 수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한 지붕 N개사의 중복사업이 가장 많은 그룹이다. 동일 사업을 영위하는 일부 계열사들은 통폐합을 완료했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롯데푸드‧롯데제과의 빙과사업이 대표적이다. 최근 롯데푸드와 롯데제과는 빙과사업부문 합병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 소비자인 저연령층 인구감소 및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 악재가 겹친 시장 상황 속 과당경쟁이 우려되자 경영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국내 빙과부문 시장점유율은 각각 28.5%, 15.5%다. 이들의 시장지배력과 사업역량을 한 데 모을 시, 롯데는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빙그레(40.7%)를 따돌리고 1위 굳히기가 가능해진다.
빙그레는 2020년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사업부문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하며 단숨에 업계 실질적 1위에 올라선 바 있다. 이전까진 롯데제과가 2019년 3분기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위(31%), 빙그레가 2위(29%)였고, 롯데푸드(15.8%)와 해태아이스크림(15.3%)이 그 뒤를 쫓는 구도였다.
롯데는 동일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을 한 데 묶어 수익구조를 개선한 이력이 있어, 이번 합병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7월 1일 백학음료, 씨에이치음료, 충북소주, 롯데네슬레코리아 등 4곳이 자회사에서 탈퇴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푸드가 2017년 지주사 설립 과정에서 롯데지주에 넘겼던 자회사 일부를 다시 인수한 것이다. 당시 롯데 측은 “동일 사업군의 운영 주체를 일치시킴으로써 경영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동일 사업 자회사를 품은 후, 수익 개선에 성공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실적은 영업이익 1822억원, 매출 2조5061억원으로, 전년 비 각각 87.4%, 11%씩 늘었다.
합병 후 성과가 미미한 사례도 있었다. 바로 ‘롯데온’이다. 롯데는 2020년 이커머스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통합 커머스 롯데온을 출범했다. 백화점, 마트, 슈퍼 등 다수 계열사의 개별 온라인몰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기대했지만, 2년째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활성화된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지 못했고 앱 안정화 문제는 계속해서 발목을 잡았다. 롯데온은 롯데의 ‘기대주’에서 ‘아픈손가락’이 됐다.
롯데홈쇼핑은 여전히 이커머스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롯데온과 ‘라이브커머스(실시간 온라인 판매 채널)’ 등 방송 관련 부문에서 협업하고 있지만 자체 이커머스인 롯데아이몰을 여전히 운영 중이다.
CJ그룹 식구인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 CJ푸드빌도 간편식 사업 부문에 개별적으로 뛰어들며 제 식구와 경쟁이 한창이다. CJ제일제당은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쿡킷’을, CJ프레시웨이는 고객사와 협업해 개발한 RMR상품을 각각 선보였다.
그간 CJ제일제당은 식품과 바이오,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유통 및 단체급식 사업에 주력하며 각기 다른 분야에서 역량을 키워왔다. 하지만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부터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급식과 식자재 유통 등 주력사업이 아닌 간편식 부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부터 프레시웨이는 외식 고객사와 협력해 RMR(레스토랑 간편식) 상품을 개발,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조가네 갑오징어 볶음’을 시작으로, 올 초 ‘남산 동보성’, ‘봉추찜닭’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간편식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밀키트업계 1위 ‘프레시지’와도 손을 잡았다. CJ프레시웨이는 자체적으로 구축한 대규모 유통망에 프레시지의 기술‧제조 역량을 더해 RMR사업을 강화해갈 방침이다.
다만 CJ프레시웨이 측은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의 간편식 사업은 식자재 유통에서 일부 연계돼 있을 뿐, 각각 주력하는 범위가 다른 별개의 사업으로 결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CJ제일제당은 B2C, CJ프레시웨이는 B2B 사업 위주여서 사업은 겹치지만 고객층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CJ프레시웨이 간편식 역시 이커머스를 통해 판매가 이뤄지며 B2C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중복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