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단행
원자재・환율 불안 속 수출기업, 금융 리스크 가중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러시아발 악재로 원자재값, 환율 불안에 시달리는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러시아 수출규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는 속에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수출시장 침체 위험까지 엄습하는 형국이다.
17일 외신 및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미국 정책금리는 기존 0.00~0.25%에서 0.25~0.50%로 인상됐다. FOMC는 또한 올해 6회 더 금리를 올릴 것을 예고했다. FOMC는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을 1.9%로 제시해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 파월 Fed 의장은 이르면 5월부터 양적긴축에 나설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미국보다 빠른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미 국내 시중금리 및 기업의 회사채 금리 또한 상승세다. 이에 기업들의 금융 조달 비용 부담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차, 전자제품 등 주요 수출 업종은 최근 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에다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류난까지 겹쳐 채산성 압박을 받는 처지라 이번 금리 인상은 버겁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과 서방 경제제재로 사실상 국내 수출기업들의 대러 수출길은 막혔으며 러시아 역내 진출 공장들도 가동을 멈추는 등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경제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무역조치도 점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한국이 포함된 러시아의 자국 제품 수출제한 조치는 당장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국내 무역당국은 판단했다. 러시아가 이전에 수입한 제품이나 장비에 대한 재반출을 금지하는 목적이라 단기적으로 러시아 현지 진출 기업이나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추후 러시아가 원자재 분야로 수출 규제 범위를 확장할 공산도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직접 수출 외 원자재값 상승 등 간접적 영향은 국내 기업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1000대 제조 기업을 대상(153개사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60.8%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경영 악영향의 원인으로 원자재값 상승과 환율 변동성 상승을 지목했다.
산유국 증산 계획과 러-우크라이나 간의 정전 협상으로 한 때 130달러까지 올랐던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하회하게 됐지만 중국 시장 침체 요인이 일조한 먹구름도 있다. 국내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은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2020년 우한 사태 수준으로 후퇴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중국 광둥성 선전시가 봉쇄 조치에 들어가는 등 국내 수출기업으로서는 수요침체는 물론 현지 진출 공장의 생산 차질 걱정도 커졌다. 세계 무역 생산거점인 중국의 감염병 사태는 공급망 차질도 더 길어지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