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장 중재안 수용 합의 사흘만에 "재논의" 결론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해 더불어민주당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합의했던 국민의힘이 합의 사흘만에 재논의를 민주당에 요구했다. 사실상의 합의 파기다.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서 정치인을 배제한 것이 합의 파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25일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는 합의 당사자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합의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준석 대표는 회이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중재안에 대해서 공직선거 범죄에 대한 부분과 공직자 범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중재안이 미흡하다는 부분이 있다는 것에 대해 국민의 많은 우려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그걸 바탕으로 재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최고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권 원내대표도 이를 확인했다. 그는 회의 직후 취재진에게 "원래 부패·경제·선거·공직자 범죄 4개를 검찰 직접수사 대상으로 하자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었는데 (여야 협상에서는) 민주당에서 어렵다해서 두 개(선거·공직자) 범죄를 제외시키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당장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이 수사받기 싫어 짬짜미(담합)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많다. 국민이 오해하게 만든 건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열린 마음으로 재논의에 응해달라"고 했다.
앞서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은 검수완박 최종 중재안을 제시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에게 수용할 것을 강력히 요구, 양당은 각각 의원총회를 거쳐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하고, 다음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박 의장 중재안은 검찰 직접 수사 분야를 현행 6개에서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산업범죄, 대형참사 등 4개를 제외하고 부패범죄와 중대경제범죄 2개로 축소하는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고, 이어 6개월 내 가칭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을 위한 입법을 완성하고 이후 1년 내 중수청을 발족시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에 검찰의 수사에서 빠져나가려는 정치권의 담합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부패한 공직자 수사나 선거관련 수사를 검찰에게서 박탈하는 것은 국민 우려 매우 큰 만큼 국회는 이 문제를 더 신중히 다뤄야한다"고 했다. 그는 또 "특히 주무장관인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의 생각과 다르다면 이 법은 적용단계에서부터 상당한 부침 있을 것인 만큼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게 옳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도 모두발언에서 "공직자 범죄와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빠진 부분에 대해서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여야가 야합을 한 것'이라는 국민들의 지적이 많이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면죄부를 받기 위해서 선거범죄를 집어넣은 것이라는 국민적 우려와 지적이 있다"며 "매우 뼈아픈 대목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선거범죄, 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지적, 국민들의 뜻이 모일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