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상정한 법안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담겼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관련 조항을 삭제해 검수완박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수청은 검찰이 맡고 있는 중대범죄 수사권을 이양받도록 설계된 기관이라 중수청 조항이 삭제된 입법이 관철될 경우 권력 비리 수사가 증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의장은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를 깨고 자신의 중재안을 거부한 반면 민주당은 자신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본회의 개회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27일 오후 5시 본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민주당은 본회의가 열리자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단독 상정했다. 그런데 상정된 법안에는 중재안의 핵심 중 하나인 중수청 설립 관련 조항이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장 중재안은 검찰의 6대 중대범죄 수사권 가운데 부패와 경제범죄 수사권을 제외한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대 범죄 수사권을 우선 박탈하고, 부패와 경제범죄 수사권도 중수청이 설립되면 마저 박탈하면서 전체 수사권을 재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중대범죄 수사권을 경찰에 넘길 경우, 현재의 경찰 수사역량으로는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와 경찰에 권한이 집중되는 문제를 고려한 조치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중재안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민주당이 상정한 법안에는 이런 내용이 빠진 것이다. 여기에는 중수청이 법무부 소관이 될 경우를 우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검찰이 박탈당하는 중대범죄 수사 주체가 불분명해 수사 자체가 증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8일 라디오에 나와 "공직자와 선거 범죄에 대해 검찰 쪽에 남겨 놓으라고 하는 국민적 요구가 굉장히 큰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또한 여야 합의에 있었던 중수청 같은 경우 (민주당이) 빼 버렸다. 증발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수청이 아닌 경찰에서 해당 수사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정된 법안에는 그런 것들이 애매모호하게 빠져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청법 안에 (중수청 관련) 법안을 담을 수 없었다"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본인들도 정부 조직에 대한 정비가 필요할 거고 법안을 논의해야 할 텐데, 사법개혁특위(사개특위)를 통해 여야가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생각을 담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절차를 진행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1년 6개월 이후 중수청이 설치되게 노력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협조를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은 '원천무효'라며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개특위 합의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안 하는 것"이라며 "원천 무효됐다"고 답했다. 이어 "국회의장 중재안이 사실상 파기 결렬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하고 있다"며 "그 중재안에 담긴 나머지 사개특위 등 부분도 파기돼서 저희는 사개특위 구성에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