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일주일 앞두고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당선인 취임 후 거부권 행사는 원천 봉쇄됐다. 헌법재판소를 통한 법안 무효화나 국민투표 등 여러 방법이 제기되고 있지만, 법안 시행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행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가운데 부패·경제 범죄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모두 박탈하는 내용의 법안은 4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3일 오전 10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고 검찰의 별건수사 금지 규정 등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의를 선언한 지 약 3분 만에 표결에 붙여져 재석의원 174명 중 찬성 164명, 반대 3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지난달 30일 또 다른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지 3일 만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논의하기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도 단독 처리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으나, 박 의장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종결된 안건은 지체없이 표결해야 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 의장을 향해 큰 소리로 반발했고, 표결 과정에서도 항의가 이어졌다. 송 의원은 표결 후 의사진행발언에서 민주당을 향해 "상상할 수 없는 꼼수와 편법을 동원했다. 지금까지의 꼼수로도 지탄받아 마땅한데 이번엔 국회법에 명시된 본회의 시간을 독단적으로 바꾸는 고무줄 본회의를 열었다"고 비판했다. 국회법은 72조에서 본회의 개의 시각을 평일 오후 2시, 토요일 오전 10시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마저 통과되면서 검수완박 입법이 완료되자 검찰은 문 대통령에 검수완박 법안 거부권 행사를 공식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입장문에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께서 국가의 백년대계인 형사사법제도 개편이 심도 깊은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헌법에 규정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여 주실 것을 마지막으로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에 앞서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도 국민적 피해를 우려하며 거부권 행사를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를 국회 상황에 맞춰 오후 2시30분으로 연기, 검수완박 법안 전부를 공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으니 수사권 박탈이 정당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국민의힘 등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검찰수사를 봉쇄하기 위해 연출된 정치극이라며 정파적 목적을 위해 국민 피해를 강요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문 대통령 주연의 트루먼쇼"(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