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증산 합의도 못 잡는 국제유가… 6주 연속 상승
韓 교역조건 13개월 연속 악화… 1988년 통계 이래 최저
배럴당 120달러 지속 시 韓 경제성장률 0.4% 하락 전망도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0일을 넘기면서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고유가가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다. 수출가격보다 수입 가격 상승폭이 커지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교역조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는 국제 원유 가격이 좀처럼 잡히질 않는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달러(1.71%) 오른 배럴당 118.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는 6주 연속 올랐다. 상승폭도 무려 16.80달러(16.46%)이다. 유가가 6주 연속 오른 것은 8주 연속 상승했던 올해 2월 11일로 끝난 주간 이후 가장 길다.
문제는 전날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이 증산 결정에도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좀처럼 잡히질 않는다는 점이다. OPEC+는 오는 7∼8월 하루 64만8천 배럴씩 원유를 증산하기로 했다. 이번에 합의한 증산량은 기존의 하루 423만2000 배럴보다 50%가량 많은 규모다.
하지만 유가 가격 안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케이플러 석유 애널리스트 맷 스미스는 CNN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봉쇄 완화 조치에 들어간 중국의 석유 수요가 다시 늘고, 러시아의 생산 차질이 지속되면 국제유가는 연초에 기록한 배럴당 139달러로 뛸 수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배럴당 175달러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이러한 고유가 장기화는 우리나라 교역조건이 향후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교역조건의 지표인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4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4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보다 11.1% 떨어져 13개월째 감소했다. 1988년 1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수입 가격(+25.9%)이 수출 가격(+11.9%)보다 더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경우 교역조건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인 경제 여건은 악화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가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률은 0.4%p 하락, 소비자물가상승률 1.4%p 상승, 경상수지 516달러 감소 압력을 받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기업들도 국제유가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정유(23.5%), 철강(5.26%), 화학(4.82%) 등이 생산비가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로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통제할 수 없는 대외적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기업들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