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장연 한산소곡주 대표, 그의 손 끝에서 전통의 맥이 이어진다
[매일일보 유원상 기자] 가업(家業)을 잇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3대째 이어지는 가업이 부침현상이 심한 술이고 보면 더더욱 그렇다.충남 서천에 가면 1500년 전 우리 조상들이 마셨던 한산소곡주가 전해진다.일본 술 청주의 효시라고 전해지는 이 술은 달다고 할 때쯤이면 쓰고 쓰다고 하면 또 단 것 같아 우리네 인생을 반추하게 한다.한 모금을 입에 들이킬 때 느껴지는 애잔함은 함부로 말하지 못한 망국의 한을 술로 담아낸 것 같다.한산 소곡주는 그 동안 대를 이어오다 나장연 대표대에 이르러 지역 특산물로 조명받고 있다.◇흥망성쇠를 담았다...백제의 '눈물주'한산소곡주는 슬픈 역사를 지녀 ‘눈물주’ 라는 별칭이 있다.나당연합군이 백제를 정벌하려 하자 백제의 충신이었던 성충과 흥수가 기벌포와 탄현을 막고 지키면 승산이 있다고 했지만 결국 백제는 당나라를 기벌포로 입성했고, 신라군이 탄현을 넘게 놔뒀다. 계백의 5천 결사대도, 일본에서 건너온 부흥군도 나당연합군엔 당할 수 없었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한산 소곡주의 유래는 백제의 망국에서 시작한다. 이 술은 빼앗긴 땅을 되찾겠다고 절치부심하던 왕족들이 마셨다는 설도 있고, 백제가 멸망한 후 그 한을 달래기 위해 소복을 입고 술을 빚었다고 해서 소(素)자가 붙여졌다는 설이 있는데 후자가 더 그럴듯해 보인다.술을 한 모금 입에 대 보면 달착지근하고 끈적하게 남는 데 이게 눈물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충분히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에 끈적거림이 있어서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소곡주는 앉은뱅이 술이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옛날 과거길 선비가 한 잔 한 잔 시험도 포기하고 마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술이 달달해 한 번 앉아서 마시면 나중에는 일어나지 못할 만큼 취한다는 술이다.한산소곡주를 빚고 있는 나장연 대표가 잡귀를 물리치기 위해 마지막으로 홍고추를 넣고 있다.◇100일 동안 숙성시켜 사람 되게 하는 술소곡주는 100일을 채워 숙성해야 제 맛이 난다. 곰과 호랑이가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길 기다린 것도 100일이고 우리네 조상들이 치성을 드릴때도 그 만큼 채워야 했다. 100일이란 날짜는 소곡주가 제 맛을 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날 수다.그래서 일까? 소곡주는 마시면 마실수록 사람 되게 한다고 해서 ‘사람 만드는 술’로도 이름값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재료만 써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드니 신토불이로도 손색없다.어찌 보면 미련할 만큼 우리 것을 고집하기도 한다.막걸리에 밀가루를 섞지만 한산소곡주는 100% 맵쌀과 찹쌀로 빚는다.연한 미색으로 단맛이 돌면서 끈적거리고 들국화에서 나는 그윽한 향과 맛이 큰 특징이다.소곡주를 만드는 법은 의외로 쉽다. 하지만 장인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그 손맛을 기대할 수 없는 술이기도 하다.먼저 맵쌀을 찐 후 누룩과 쌀로 밑술을 담그고 3일 정도 충분히 발효시킨다. 발효가 되면 밑술에 고두밥(찹쌀)을 비벼 섞고, 여기에 들국화, 메주콩, 생강, 홍고추 등이 더해져 향을 돋운다.
그리고는 순전히 100일 동안 항아리에서 숙성되면 소곡주로 이름이 붙여진다.
하지만 단맛을 걷어내니 독특한 향도 한꺼번에 사라져 급하게 없던 일로 돌린 적도 있다.
1500년 전통을 하루아침에 바꾸려던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고 그 때를 계기로 지금은 전통 맛을 내기 위해 더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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