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강준호 기자] 2014년도 박근혜 정부의 첫 지출 예산안이 올해보다 4.6% 늘어난 357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내년 예산안의 초점은 ‘경기활력과 성장’에 맞춰졌다. 불안한 대외 경제여건과 국내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 수혜범위가 공약보다 줄어드는 등 복지공약이 일부 축소돼 정치권을 중심으로 예산안을 둘러싼 '공약후퇴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14년도 예산안과 2013~2017 국가 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해 내달 2일까지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예산안은 경제 활성화, 국정과제 이행, 재정건전성 유지 등 3가지 큰 과제의 절충점을 찾느라 고민했다”며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복지수요를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경제 성장률을 3.9%로 보고 예산안을 수립했다. 지난 3월 정부 전망치(4.0%)를 소폭(0.1%포인트) 낮춘 것이다.
총수입은 올해(373조6000억원)보다 0.5% 줄어든 370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전년대비 본예산 총수입의 감소는 2010년(-0.1%) 이후 4년만이다. 총 수입 가운데 총국세는 3.9% 증가한 218조5000억원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신흥국 성장세 둔화 등 불안요인이 잠재하고 국세수입 증가율 둔화, 세외수입 감소 등으로 나라곳간을 채울 여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이다. 올해 7조~8조원의 세수펑크로 세입기준이 낮아진 점도 본예산 감소에 일조했다.
총지출은 올해보다 4.6% 늘어난 357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내년 예산안을 분야별로 보면 △보건·복지·고용 105조9000억원(올해 대비 8.7% 증가) △교육 50조8000억원(2.1%) △문화·체육·관광 5조3000억원(5.7%) △R&D 17조5000억원(4%) △국방 35조8000억원(4.2%) △공공질서·안전 15조7000억원(4.6%) 등이다.
당초 대폭 감소가 예상됐던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각각 23조3000억원, 15조3000억원으로 4.3%, 1.7% 줄어드는데 그쳤다.
복지예산 비중은 29.4%로 역대 최대이지만 일부 복지는 축소했다. 기초노령연금의 수혜범위는 당초 공약인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지급’에서 ‘소득하위 70%에 10~20만원 차등지급’으로 수정됐고 반값 등록금 공약 완성시기도 내년에서 2015년으로 1년 늦춰졌다.
또 대학에 입학하는 셋째 아이에게 연간 대학등록금 450만원을 지급하고 사병봉급을 연 140만원에서 162만원으로 증액한다.
재정지원으로 일자리 64만6000개를 신설한다. 시간선택제일자리 창출기업에 대해서는 인건비 지원 한도를 80만원으로 인상하고 국민연금 등 보험료를 전액 지원한다. 투자촉진을 위한 정책금융은 올해보다 24조3000억원 확대한다.
재정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25조9000억원 적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올해와 같은 -1.8%다.
그러나 국가채무는 올해 480조3000억원에서 내년 515조2000억원(GDP 대비 36.5%)으로 늘어나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는 지하경제양성화, 비과세·감면 축소 등 세입기반 확충과 세출절감 노력과 함께 향후 총지출 증가율(3.5%)을 총수입증가율(5%)보다 1.5%포인트 낮게 유지해 2017년에는 재정수지를 균형수준(-0.4%)에 맞추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