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엄단 의지에도 전세사기 줄지 않아, 세입자들 경각심 높아져
대출규제 이유서 최근에는 전세사기 남일 아니란 생각에 월세 선택
[매일일보 김간언 기자] 최근 전세사기 증가세로 인해 전세를 원하던 세입자들이 위험회피를 위해 월세를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전세사기 엄단 의지를 나타내며 집중수사를 하고 있지만 전세사기 건수와 금액이 오히려 늘고 있어 세입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에 전세 선호도가 낮아지는 가운데 전세사기까지 극성을 부려 세입자들의 선택이 더욱 월세로 쏠리고 있다. 세입자가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대출규제로 인한 목돈 마련의 어려움이지만 최근 들어 전세사기 위험도가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직방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세입자의 월세 선호 이유 중 목돈부담이 40.4%로 2년전 대비 14.7%p 낮아진 반면, 전세사기는 20.7%로 2년전 대비 9.3%p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HUG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규모는 5368억원으로 실적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세입자들이 몇 년 전만 해도 전세사기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 양상이었지만 근래에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위기의식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공인중개소는 “집값 하락기에는 임대인이 의도하지 않은 깡통전세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더라도 일단 2년간은 월세로 살려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며 “아파트보다는 빌라에서 전세사기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빌라 월세 문의가 더 많은 상황이며 매물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 7개월째 전세 비중을 넘어서고 있으며 장기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임대차 중 월세 비중은 2월 52.50%, 3월 52.70%, 4월 51.36%, 5월 57.38%, 6월 51.89%, 7월 53.17%, 8월 53.9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으로 인해 장기간 지속된 서울 주택 월세 가격 상승세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2.2로 2019년 7월 이후 36개월 연속 상승했다.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26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7월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1.1로 2020년 5월 이후 26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서울 연립다세대 평균 월세가격은 62만6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속된 월세 상승으로 세입자들의 부담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지만 월세 선호도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세입자들이 고정지출 부담 증가에도 월세를 택하고 있는 것은 전세사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