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격차 요인...금리인상기 '이자폭탄' 불보듯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4회(4월, 5월, 7월, 8월) 연속 인상하며 가계를 향해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계대출의 80% 이상은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고정금리 전환 정책도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중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82.3%로 예년(2017~21년) 평균(66.2%)을 크게 웃돌았다.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은 7월중 잔액 기준으로도 78.4%를 나타내 예년 평균(68.5%)을 한참 넘어섰다.
대출종류별로 보면 가계대출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 7월중 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51.1%를 나타냈다. 신용대출은 91.6%가 변동금리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고정금리보다 낮다는 이유로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차주들이 줄어들지 않는 점이 이같은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가 연 7%를 돌파했다. 아직 6%대 후반에 머무르고 있는 변동금리와 비교하면 약 0.4%p 높은 수준이다. 다만 변동금리는 최소 6개월 단위로 금리 인상분을 반영하기 때문에 결국엔 대출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가계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김인구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이날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은 구조적 원인과 안심전환대출의 효과'를 주제로 한 출입기자 대상 세미나에서 '장단기금리차 확대'를 꼽았다.
김 국장은 "장기금리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등으로 단기금리보다 큰 폭 상승함에 따라 단기금리에 연동되는 변동형 대출의 금리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1~6월중 장단기금리차 확대를 반영해 가계대출 금리는 고정형이 0.95%포인트 상승했으나 변동형은 0.55% 상승에 그쳤다. 다만, 7월에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에 따른 장단기금리차 축소로 고정형은 0.47%포인트 하락하고 변동형은 0.35%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고정형과 변동형 대출금리 격차가 큰 폭 확대되면서 차주들(돈을 빌리는 사람들)의 변동금리형 대출에 대한 선호가 증대되고 있다는 게 김 국장의 설명이다. 고정형과 변동형 대출금리 격차는 지난해 12월 0.80%포인트, 올해 3월 0.98%포인트, 5월 1.29%포인트, 6월 1.21%포인트, 7월 0.39%포인트를 나타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그해 11월에 이어 올해 1월과 4월, 5월, 7월(빅스텝, 0.5%포인트 금리 인상), 8월까지 이어지며 현재 연 2.50% 수준까지 도달했다. 10월에도 한은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한 통화긴축 정책 등에 대응해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3.0%로 치솟는다.
가계대출 금리는 '대출 기준금리+가산금리'로 결정된다. 대출 기준금리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근거로 코픽스(COFIX), 금융채·CD 금리 등을 사용한다. 가산금리는 업무원가, 법적비용, 위험프리미엄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며, 신용점수별 예상 손실률 변화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구조의 핵심은 한은의 기준금리다.
문제는 앞으로다. 금융권에서는 변동형과 고정형 주담대 금리 모두 연내 8%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낮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정책상품을 통해 정부가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정부와 한은은 내년까지 약 45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상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안심전환대출 사업을 통해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잔액 기준)이 72.7%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반응은 시들하다. 신청 8일차까지 공급 한도의 7%도 못 채운것으로 알려졌다. 깐깐한 신청자격과 금리 조건 등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