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그룹 조선 모두 흑자전환…삼성重도 적자폭 줄여
LNG선 통한 수익성 제고 본격화, 고환율 효과도 톡톡히
4분기 실적 후판값 인하 폭이 판가름…철강사와 하반기 협상 중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수익성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증가와 고환율 효과로 올해 3분기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업계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삼성중공업은 적자 규모를 줄였다. 4분기 전망은 더욱 밝지만, 후판 가격 인하 폭에 따라 실적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경영을 이어오다가 올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887억원으로 전년 동기(1418억원) 대비 33.1% 늘었으며, 매출은 19.9% 증가한 4조2644억원을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의 호실적 배경으로 수익성이 높은 선박 위주의 포트폴리오 개선과 공정 효율화가 꼽힌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라며 “AI, 빅데이터, 자동화 기술 등을 도입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 꾸준한 공정 효율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한 결과 흑자 전환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수주한 총 188척의 선박 가운데 22%(42척)가 LNG 운반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LNG 운반선은 영하 163도 이하로 온도를 유지한 채 기체로 손실되는 양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조 기술력이 요구되는 선박으로, 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고 수준의 LNG 건조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환율 효과도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조선사들은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면 그만큼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올해 초 1200원 수준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를 돌파, 유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산하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현대삼호중공업에서 LNG운반선 3척의 계약이 취소된 뒤 비싼 가격에 재매각하면서 800억원 이상 차익이 발생했고 가파르게 오른 환율 덕분에 1000억원가량 환 관련 이익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올해 3분기 16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직전 분기(2558억원)보다 적자 폭을 줄이면서 실적 턴어라운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조4001억원으로, 하계휴가, 추석연휴 등 조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직전 분기 1조4262억원 대비 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2558억원 적자에서 879억원 개선된 수준이다. 이번 영업적자에는 고정비 부담 879억원 외 임금협상 타결금 및 임금인상 소급분 지급 등 일회성 비용 약 800억원이 포함됐다.
4분기 전망은 더욱 더 밝다. 우발적 상황들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지만 수주 물량들이 반영되면 앞으로 실적은 점점 좋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일부 도크 가동 재개 및 생산 효율 증대로 건조 물량 증가가 계획돼 있어 고정비 부담을 넘어서는 매출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견조한 LNG 시황을 기반으로 긍정적인 발주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관건은 하반기 후판 가격 인하 폭이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하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하’로 가닥이 잡혔지만 ‘인하 폭’에 이견이 좁히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는 t당 20만원 수준의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철강업계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이 오른 여파로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후판 가격은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후판 가격 흐름에 따라 수익성도 결정된다.
하반기 후판 가격이 대폭 내리게 되면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흑자 전환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조선업계가 적자를 내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내년에는 흑자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후판 가격 인하 정도에 따라 흑자 폭이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