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득·분배상황 엄중히 인식"…"약자복지 강화"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자산이 소폭 늘었지만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 정도는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부채는 역대 최대치인 1억원에 근접한 수준에 이르렀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4772만원으로 전년대비 9.0% 증가했다. 부채는 4.2% 오른 9170만원이었다. 늘어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5602만원으로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하지만 가구의 평균자산 증가에도 자산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순자산이 상위 10%인 '순자산 10분위별' 점유율은 43.0%로 집계됐다. 순자산 상위 10%에 가구에 순자산이 43% 몰려있다는 뜻이다.
순자산 지니계수도 0.606으로 전년에 비해 0.002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빈부격차와 계층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0'(완전평등)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완전불평등)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하다. 순자산 지니계수가 증가한 건 순자산 10분위별 점유율은 전년대비 0.2%포인트 감소했지만 9분위와 8분위가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증가한 영향이다.
소득 분배지표도 악화됐다. 지난해 지니계수는 0.333으로 전년 대비 0.002 증가했으며, 소득 5분위배율은 5.96배로 전년에 비해 0.11배포인트 증가했다. 소득 5분위 배율이란 5분위계층(최상위 20%)의 평균소득을 1분위계층(최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값이 클수록 소득분배의 불균등 정도가 큼을 의미한다.
1분위(하위 20%) 소득은 소폭 늘어나데 그친 반면, 5분위(상위 20%) 소득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따라 1분위 자산은 오히려 10% 가까이 줄어든 반면, 5분위 자산은 10% 이상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지표도 이같은 우려를 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 배율은 5.96배로 전년대비 0.11배p 증가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균등화 시장소득(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사적이전소득의 합에서 사적이전지출을 뺀 소득)에서 공적이전소득(연금 등)을 더하고 공적이전지출(세금, 사회보험료 등)을 뺀 소득이다. 즉 실제 소득분배 상황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소득의 평균값을 하위 20%의 소득의 평균값으로 나눈 값이다. 즉 배율 차이가 벌어질수록 상·하위 계층 간 가계소득 불평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재부는 "정부는 현재 소득·분배상황을 비롯한 우리경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의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 약자복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물가안정 등을 통해 저소득층 가구부담을 완화하고, 민간 중심으로 소득·분배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경제활력 제고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채가 늘어난 것도 상·하위 계층간 소득격차를 부추겼다.
올해 3월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9170만원으로 전년대비 4.2% 증가했다. 이 중 금융부채(6803만원)가 전년과 비교해 4.4%, 임대보증금(2367만원)이 3.6% 증가했다. 특히 금융부채 증가세가 눈에 띈다. 부채는 금융부채 74.2%와 임대보증금 25.8%로 구성되는데, 전년에 비해 금융부채 비율이 0.1%p 증가했다.
소득 5분위별 평균 부채는 1분위에서 2.2% 감소한 반면, 2분위 이상은 모두 늘었다. 특히 소득 3분위에서 전년대비 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위 계층에서 평균 부채가 소폭 줄긴 했지만, 액수가 크지는 않았다.
평균 부채 증감율은 가구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높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60세 이상 가계부채 증감률은 6.0%를 나타낸 반면, 평균 부채가 가장 많은 40대는 1.1% 늘어나는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부채 증가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빈부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통계청 조사 이후인 올해 4월(1.5%)부터 이달(3.25%)까지 기준금리를 두 배 이상 올렸다. 이는 금융부채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나빠졌음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역시 이번 통계청 조사가 현재 경제상황과 시차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재부는 "최근 금리 상승 및 부동산 가격 하락세 지속 등으로 현재 체감하는 경기상황과 2022년 조사결과가 상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세가 둔화된 가계대출 증가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