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영업 이익 흑자에도 이자와 부채로 경영난
경기침체로 인력미충원·부채 부담 악순환
주52시간제·외국인력 쿼터 등 노동법 개혁 급선무
[매일일보 이용 기자] 지난해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로 발생한 3고(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현상이 계묘년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경기침체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중소기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소되지 못한 노동법과 기업 부채 등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의 숙원이었던 ‘납품단가 연동제’가 극적으로 통과되고 가업상속공제가 완화되는 등 희소식이 들려오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미소 지을 수 없는 형편이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데다가 최근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기업 부담이 커졌으며,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영난이 가속화돼 인력 충원이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중소기업계는 흑자를 내도 과도한 이자와 부채로 경영난을 겪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평가데이터가 분석한 중소제조 상장사의 분기별 부채 상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9%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자 비용은 20.3% 급증했고 총부채는 10.4% 늘었다. 그 와중에 정부의 상환유예 지원이 올해 9월 종료를 앞둬, 유예됐던 이자와 원금을 못 갚을 위기에 처한 중기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통과되며 중기의 숨통이 트였지만, 일단 불어난 부채를 갚으려면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돼야 하는데 올해는 경기가 더 안 좋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에는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가운데 상환이 힘든 기업들은 채무조정을 받아 사실상 부실기업 낙인이 찍혀 금융기관의 외면을 받는 등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중기업계 인력 시장을 둔화시키는 주52시간제, 외국인력 쿼터 등 해소돼야 할 노동법이 산적한 것도 문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은 일감이 있어도 일할 사람이 없고, 근로자는 일하고 싶어도 주 52시간에 묶여 일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70년간 유지되고 있는 낡은 노동정책이 계속된다면 고용시장의 활력은 저하되고 노사 간 소모적인 갈등만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고용노동 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주52시간제를 유연화하고 외국인력 쿼터를 폐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해소되지 못한 노동법은 여전히 중기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미충원율은 전년 대비 4.2% 상승한 14.7%를 기록했다. 합격이 될 때까지 도전하겠다며 ‘취업 경쟁률’이 갈수록 심화되는 대기업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편 고강도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1년이 돼 가고 있지만, 오프라인 위주 자영업자들은 올해 경영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56%가 올해 경영환경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 업주 중 52.4%는 ‘고물가에 따른 원가 상승과 수익 감소’를 이유로 꼽았으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 증가’는 38.7%다.
고물가로 고객들이 지갑을 닫게 되면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상환 부담은 더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단 중기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노동 규제와 인력난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현재의 노동법은 1953년에 제정된 이후 여전히 산업화 시대 전형적인 임금근로자 중심의 뼈대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래 환경변화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노동법 전반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