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외면 받는 '기술 산업', 핵심 인재 脫한국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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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외면 받는 '기술 산업', 핵심 인재 脫한국 가속화
  • 이용 기자
  • 승인 2023.01.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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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 112건, 10년 간 해외행 이공계생 34만 6239명
연구자에 대한 낮은 처우 원인, 연봉 4천에 200만원 월세 살아야
연구 기업들이 투자 시장에서 외면을 받아 경영난에 빠진 가운데,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이직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매일일보 이용 기자] 기술력 중심의 국내 벤처기업들이 투자 시장에서 외면을 받아 경영난에 빠진 가운데,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이탈하며 인력·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불경기로 인한 주식시장 한파로 벤처사들이 연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 불경기가 지속하며 투자자들이 단기적 실적을 쫓게 된 만큼, 성과가 나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술 분야 산업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AI 기반 바이오사 A사 관계자는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학자들이 모여 시작한 연구소 기반의 사업의 경우,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수익 모델을 확실히 증명하지 못하면 투자 시장에서 외면 받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실을 깨닫고 국내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국산 기술이 해외에 유출되는 사례도 증가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2022년 10월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 사례는 총 112건이다. 그중 중소기업이 68건, 대학과 연구소 등이 9건으로 절반이 넘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2~2021년 10년간 해외로 떠난 이공계 유학생이 34만6239명이라고 밝혔다. 국내 핵심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주요 원인은 기술과 연구자에 대한 기업의 낮은 처우와 정부·국민의 인식 부족 등이 꼽힌다. 미국 제약사 L사로 이직한 한 연구자는 “국내 기술 인재의 연봉은 타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지만, 서울에서 집을 구해 살 수 있을 수준은 아니다”며 “국내 중소기업은 특히 ‘고액 연봉을 받으니 추가 근무는 당연’이라는 사고방식이 깔려있어 복지 수준도 형편없다”고 지적했다.
이 직원은 미국 실리콘밸리서 학사 출신 연구직들은 1억8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의 물가가 높기 때문에 급여도 높은 것으로, 실제로 해당 지역의 월세는 13평 원룸 기준 350만원 수준이다. 다만 차를 타고 1시간 내로 이동 가능한 근교의 경우 200만원대 초반대로 낮아져 생활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했다. 반면 국내 J제약사 직원에 따르면 국내 연구개발 직군 초봉(학사)은 4000만원 이상이며, 강남권 월세는 200만원 내외다. 한국 소비자 물가가 외환위기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오른 현재,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아도 수도권에서 살기 빠듯한 실정이다. 게다가 기업은 연구자들의 연봉을 올려야 잡아둘 수 있는 판인데, 불경기가 지속되며 벤처사는 투자금조차 확보하지 못해 연구자들의 연봉을 인상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기업들의 연봉 인상을 압박하면서 인재를 확보할 패가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여전히 의학 선호 현상이 높은 것도 연구인재 소실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대에서 의대로 전과했던 서울 S병원 의사는 “몇십 년간 이과 최상위 인재 대부분은 의대로 쏠리고 있다. 고액 연봉과 높은 명성이 보장되고, 병원과 기업 등 어디서든 원활한 취업이 가능하기 떄문이다. 반면 비슷한 성적을 가진 이들이 의대 대신 기술 전공을 선택하면 험난한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고 연봉도 적어 사실상 혜택이 없다. 순수하게 기술 향상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은 결국 해외로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기술 인재를 잡아두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그나마 있는 인재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기술 업종 간 평균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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