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액 작년 3.5조 육박...한 해 동안 1조 증가
과거 부실사태 징후 곳곳...건전성 관리 '비상'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국내 저축은행들이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한 해 동안에만 연체액이 1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3조5000억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업계에 구조조정 광풍이 마무리 됐던 2015년 이후 7년여 만에 연체 규모가 최대치로 불어났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여신에서 발생한 연체 금액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총 3조43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2%(8359억원) 늘었다.
저축은행별로 살펴보면 상위사들의 연체 증가폭이 상당하다. OK저축은행의 연체액이 563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8.1% 증가했고, SBI저축은행이 2011억원, 웰컴저축은행이 1802억원으로 각각 25.1%와 48.%씩 늘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저축은행(1783억원) ▲페퍼저축은행(1562억원) ▲애큐온저축은행(1349억원) ▲상상인저축은행(1253억원) ▲OSB저축은행(1094억원) ▲모아저축은행(886억원) ▲JT친애저축은행(846억원) 등이 연체 여신액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대출 상환여력이 악화된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저축은행이 떠안은 부실채권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저축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 보유량은 지난해 3분기 말 4조1463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6%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일정 기간 이상 상환이 밀린 대출을 묶어 지칭하는 표현으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잣대로 쓰인다.
앞으로도 저축은행들의 연체 리스크는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경제 여건이 더 악화되면서 대출을 갚는데 곤란을 겪는 서민들이 더 많아질 거로 보이는데다 저축은행 차주들 상당수가 다중채무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1금융권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저축은행을 찾는 중저신용자가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에 따른 리스크는 더욱 클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가 파이를 키워 온 부동산 PF 대출도 문제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그런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를 둘러싼 PF 대출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여신 건전성은 과거 부실 사태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확연히 개선됐지만 금융시장의 환경이 추가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더 보수적인 관점으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