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저축은행 수신잔액이 작년 12월 한 달에만 1조원 이상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과 수신금리 경쟁이 잦아들고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저축은행의 고금리 예금상품은 현재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저축은행 예금상품이 금리 매력을 잃자,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자금을 이동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정기예금(12개월) 평균금리는 3.82%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2월 말 5.37%에서 약 2개월 사이 무려 1.55%포인트(p) 주저 앉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수신금리는 지난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단행과 시중은행과의 금리경쟁으로 인해 고공행진을 보여왔다. 개별 저축은행으로 보면 6~7% 정도의 예금 금리를 적용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차) 축소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수신 유치를 통해 대출 재원을 마련한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제한해 있어, 무리하게 수신금리를 올릴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저축은행 수신잔액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작년 12월 말 기준 120조2384억원으로 직전월인 11월 말 121조3572억원 대비 무려 1조1188억원(0.92%) 줄었다. 수신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한 달 사이 1조원 넘는 금액이 빠진 것이다.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2020년 말 79조1764억원, 2021년 말 102조4435억원, 작년 10월 120조원을 돌파하며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4분기 들어선 둔화세가 뚜렷하다.
저축은행들은 작년 한 해 인기를 끌었던 파킹통장 금리 역시 빠르게 내리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은 최근 파킹통장 상품 ‘비대면플러스입출금통장’ 금리를 종전 연 3.6%에서 연 3.3%로 0.3%p 인하했다. 이 상품은 올해 1월 초 연 4.0% 금리로 출시했는데,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금리를 0.4%p나 내렸다.
애큐온저축은행도 ‘머니쪼개기 통장’ 금리를 연 3.6%에서 연 3.2%로 0.4%p 인하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이달에만 파킹통장 금리를 두 차례 내렸다. 이밖에 하나저축은행 ‘하이(High)하나 보통예금’, OK저축은행 ‘OK읏백만통장Ⅱ’,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 페퍼저축은행의 ‘페퍼스파킹통장 2’ 등도 일제히 금리를 낮췄다.
특히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 부실화가 우려되고 조달비용 부담도 커진 상황에서 당분간은 저축은행의 고금리 예금 상품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영업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대출 영업 확대보단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