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전환에 외국인 수급 걸림돌..."증시 옥죌 것"
"코스피 2300선 깨질수도"..."단기 급등락 반복 예상"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3월 코스피 지수가 다시 박스권 장세를 보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 연착륙 기대감과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대형주 중심으로 자금 유입 강도가 떨어지고 있고, 증시를 지탱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바닥이 확인되지 않은 점이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1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전망한 3월 코스피 상단은 2600 수준이다. 현재 코스피 지수 2400포인트에서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8%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의 코스피 지수 예상밴드는 2260~2600포인트다. 이 회사 AI 모델로 예측한 3월 코스피 방향성은 하락 확률이 76%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상승의 전제조건은 기업이익 턴어라운드”라며 “아직은 재무 변수상 기업이익 턴어라운드 신호는 발생하지 않았다. 코스피 상승 시그널은 기업이익 턴어라운드 발생 이후 확인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은 3월 코스피 밴드로 2320~2540포인트를 제시했다. 교보증권은 2350~2550포인트에서 코스피 지수가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2500포인트는 두터운 매물벽, 강한 저항선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기업 이익 하락이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8%)에 버금가는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 이익사이클 개선 기대도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3개월 전 약 34조 원, 1개월 전 약 22조 원, 이달 26일 기준 약 17조 원으로 앞자리를 바꾸며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다. 코스피 시총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 부진은 증시를 발목 잡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다시 벌어진 한미간 금리 격차도 부담이다.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연준은 금통위와 달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경우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과거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 최고치는 175bp(bp=0.01%)였다.
2월 국내증시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기대감을 높이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을 상회하는 물가지표와 양호한 고용보고서가 나오면서 중앙은행이 주장했던 긴축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재해석이 연초 랠리의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3월 주식시장은 난기류를 만나는 비행기의 모습이 예상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거시지표는 3월 FOMC의 부담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리인상 중단 시점이 연장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 등장은 기술주 랠리에 대한 강력한 저항과 직면하게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변동성이 커진 환율도 문제다. 최근 환율 흐름은 심상치 않다. 코스피가 한 달 만에 장중 24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간 27일 원·달러 환율은 18.2원 오른 1323.0원에 마감했다. 달러 강세는 외국인의 수급을 약화시킨다. 실제 1월 코스피 시장에서 단 2차례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2월 들어 순매도일 수가 8거래일에 달한다.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1월 6조3704억 원에서 2월 4237억 원으로 9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달러 흐름이 다시 빠르게 강세로 전환해 추세적으로 머문다면, 금통위로서는 물가 경로에 대해 재점검을 하면서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다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 지금으로써 가장 큰 리스크다”라고 분석했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3월로 쏠리고 있는데 변수는 많다. 그 중에서도 최대 이벤트는 미국의 FOMC다. 21~22일로 예정된 FOMC 결과 발표 전까지 2월 지표들의 정도에 따라 단기 급등락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하면서 시장의 냉기를 녹였지만 추후 발표된 개인소비지출(PCE) 등 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웃돌면서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PCE는 CPI와 함께 연준의 정책 반영 비중이 높은 지표 중 하나다. PCE 발표 이후 3월 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지난주 18.1%에서 현재 27.7%로 10% 가까이 증가했다.
FOMC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미국의 긴축 기조가 아직 꺾이지 않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변동성 국면에 지나치게 추세 전환에 집착한다면 투자 환경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려울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