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 밑도는 韓 성장률…'국민소득 4만달러' 멀어진다
상태바
OECD 평균 밑도는 韓 성장률…'국민소득 4만달러' 멀어진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3.07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환위기급 역성장에도 한은 "머지않아 달성" 낙관 일색
전문가들 "韓경제 기초체력 저하"...소득 양극화도 심화
7일 한국은행에서 최정태 국민계정부장이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한국은행에서 최정태 국민계정부장이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눈 앞에 다가왔던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도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5000달러를 밑돌면서 20년 만에 대만에 뒤처졌는데, 한국은행은 "머지않아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내놨다.

한은이 7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는 3만2661달러로 2021년(3만5373달러)보다 7.7% 줄었다. 국민소득이 3000달러 가까이 뒷걸음 친 거다.

원화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2150조6000억원)은 3.8% 늘었지만, 이례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2.9%나 뛰면서 달러 기준 명목 GDP가 8.1% 급감했다는 이유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3만달러대에 들어선 뒤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늘었다가 2019년(3만2204달러)과 2020년(3만2038달러) 2년 연속 감소했다. 이후 2021년(3만5373달러)엔 코로나 충격으로부터 경기가 회복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3% 떨어지면서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급격한 원화 절하와 함께 달러 기준 1인당 GNI도 다시 뒷걸음치게 된 것이다.

아직 유엔(UN)이나 월드뱅크(세계은행) 등의 동일 기준 세계 순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일단 각 나라 중앙은행·정부가 자체 집계한 통계만 보자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대만보다 적다.

한은에 따르면 대만 통계청이 공개한 지난해 대만 1인당 GNI는 3만3565달러로 한국(3만2661달러)을 904달러 웃돌았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대만에 뒤진 것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2021년 유엔 집계 순위로는 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4756달러로 우리나라(3만5373달러)보다 적었다"며 "2022년의 경우 일단 대만 통계청이 발표한 1인당 국민소득(3만3565달러)은 우리보다 조금 더 많은데, 대만의 명목 GNI가 4.6% 늘어 우리나라(4.0%)와 비슷하지만 대만달러의 상승률이 6.8%로 원화(12.9%)보다 크게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이 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못 미치는 저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2년 연속 평균을 밑돈 건 1996년 OECD 가입 후 처음이다.

한은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로, 2020년 2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0.3%)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현재까지 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29개국 중 폴란드(-2.4%), 리투아니아(-1.7%), 오스트리아(-0.7%), 스웨덴(-0.6%)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다. 독일·헝가리(-0.4%), 체코(-0.3%), 핀란드(-0.2%), 이탈리아(-0.1%) 등 역성장을 기록한 10개국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국내 경기 침체는 지난해 하반기에 본격화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0.6%, 2분기 0.7%로 각각 OECD 회원국 평균인 0.2%와 0.5%보다 높았다. 하지만 3분기엔 0.3% 성장에 그쳐 OECD 평균(0.4%)에 뒤처졌고 4분기엔 역성장하면서 역전 폭을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6%로, OECD 평균인 2.9%에 못 미치게 됐다.

외환위기 수준의 위기 요인이 없었음에도 OECD 평균 성장에 못 미친 건 사실상 지난해가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성장률이 OECD 평균보다 낮았던 해는 외환위기 충격을 받았던 98년(-5.1%)과 2021년(4.1%), 2022년(2.6%) 등 세 번이다. 이때 OECD는 각각 2.9%, 5.6%, 2.9% 성장했다.

한국의 수출과 소비 회복이 더딜 경우 성장률은 올해까지 3년 연속 OECD 평균에 못 미쳐 ‘성장 중진국’ 지위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1.6%로 전망하고 있다.
    
계층 간 소득 양극화도 여전한 그늘이다. 지난해 정부의 손실보전금 효과로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 격차가 소폭 개선됐지만 5가구 가운데 1가구의 월소득은 여전히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이 19.77%로 집계됐다.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인 가구는 11.27%, 100만원 미만인 가구는 8.50%였다. 지난해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 기준 월급이 191만 4440원(209시간 기준)임을 고려하면 아직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사는 가구가 20% 가까이 된다는 의미다.

한편 1인당 국민소득이 뒷걸음질 친 건 국민의 구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저하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실질 구매력이 약화된 것으로 앞으로 민간 소비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수출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민간 소비 여력도 위축돼 올해 경제성장률 달성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