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잠자는 국회'에 부글…숙원 법안마다 처리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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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잠자는 국회'에 부글…숙원 법안마다 처리 '하세월'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3.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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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조 줄줄 새는데...보험사기방지법 국회서 또 '뒷전'
실손청구간소화 8자 협의체 가동...업계는 "기대 안해"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 논의가 국회에서 번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 논의가 국회에서 번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보험사기 처벌을 강화하는 보험사기방지법을 비롯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 등 보험업계는 물론 소비자 민생과 관련된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또 넘지 못했다.

특히 보험사기의 경우 적발금액만 연간 1조원에 달하는 만큼,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선량한 가입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사기 행위를 벌인 보험설계사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보험사기에 가담한 설계사들의 자격을 즉각 중단하거나 가중 처벌할 개정 법안은 수년째 국회에 잠들어 있는 상황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유일하게 오른 보험업 관련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보훈 관련 법률안 등에 밀려 또 논의되지 못했다. 해당 개정안은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법안소위에 올랐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등 정치 현안에 밀렸다. 보험사기 방지 일부 개정 법률안은 보험 설계사나 의료인 등 보험산업 관련 종사자들이 보험사기를 저지를 경우 가중 처벌하거나 보험사기 알선·권유 행위자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6년 관련 법안이 제정된 이후 진화하는 보험사기의 폐해를 막기 위해 수십 개의 개정안이 나왔지만 모두 폐기됐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총 13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험사기와 전쟁을 선포했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선량한 보험 가입자에 대한 보호를 강조했다. 올해 보험업 추진 업무 과제에도 1조원에 달하는 보험사기를 막을 입법 지원을 약속했다. 이 원장은 연초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 지원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개정안 중 이견이 없는 부분이라도 최소한 상반기에 입법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전·현직 설계사의 보험사기를 제재하면서도 방지책은 여전히 허술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국회와 지속해 소통한다고 강조하는데,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하는 실정"이라며 "여야 의원 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없음에도 보험사기를 근절할 법안을 계속 미루는 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가입자들이 일일이 영수증을 제출할 필요없이 전산으로 보험금 청구가 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도 수차례 논의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지난 9일 법안소위에는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 보험업계, 의료계, 소비자단체 등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8자 협의체가 지난 9일 첫 가동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금융위원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소비자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정부청사에서 협의체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 의료계는 실손 청구 간소화 시행시 정보 유출 등 부작용이 더 많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향후 논의 테이블에도 중계기관, 정보 전송 방법 등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한 내용이 올라갈 전망이다. 의료계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계 기관으로 두고 전산망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보험개발원, 신용정보원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하지만 '8자 협의체'의 협의와 관련해 정작 보험업계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매번 주요 쟁점 사항이 좁혀지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분위기가 바뀐 것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해당사자뿐만 아니라 필요성을 느끼는 소비자단체까지 참여하는 소통 채널이지만,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라며 "의협 측과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하며 회의가 잠정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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