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부담에 폐업 사례 속출하기도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경기침체로 자영업자의 소득이 감소한 가운데 부채까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9일 통계청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변동 영향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1.1% 줄었다.
실질소득 마이너스 전환은 2021년 2분기(4~6월, -3.1%) 이후 5분기만의 일이다. 실질소득 감소는 특히 자영업 가구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근로소득은 2.5% 늘었지만 실질 사업소득은 5.0% 줄었다.
자영업자의 빚 부담도 문제다. 자영업자의 추가 이자 부담은 지난해에만 2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들의 빚 증가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가운데 3곳 이상 금융사에서 빚을 낸 다중 채무자는 169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2% 급증했다. 이들이 빌린 총 대출금은 668조원에 달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총 1430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89.7%가 ‘현재 대출이자 부담으로 힘들다’고 답했다. 실제로, 4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상 보증서 담보대출의 평균 취급 금리는 2021년 말 2.40~3.09%에서 2022년 말 5.03~5.52%로 1년 사이 두 배 가량 상승했다.
1년 전 대비 부채액 증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3.4%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부채 증가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매출과 수익 동반 하락’을 꼽은 응답자가 41%였고, ‘매출 하락’이 37%로 총 78%에 달하는 소상공인이 매출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를 봤다’는 소상공인이 36.2%에 달했다. 월평균 영업이익이 ‘100만원 미만’도 13.8%에 달해 소상공인의 절반은 매월 100만원도 수익을 얻지 못했다.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중에 97.4%는 여전히 부채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채액은 5000만원~1억이 27.6%로 가장 많았고 3000만원~5000만원 22.5%, 3000만원 미만 15.8%, 2억원 이상도 15%에 달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자영업자의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자 지난 3년 사이 대출 만기·상환 유예 지원을 5번 연장했다. 이 조치 대상 대출액은 총 141조원으로, 이 중 16조원 가량이 오는 9월 상환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원성에 지난달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전기와 가스 요금을 각각 올 7월과 12월부터 분할로 납부하게 하는 물가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의 반발은 여전하다. 올해 공공요금 단계적 인상이 예고된 만큼, 분할 납부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모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계속되는 고물가에 전기, 가스요금까지 크게 올라 장사를 할수록 빚만 늘고 있어 너무 어렵다”며 “영업이익이 지속 감소하는 추세인데, 이대로 가면 폐업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