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퍼주기 외교"라며 국조·청문회 예고…정의 "日야당보다 못해"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당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야당을 직접 설득하겠다'는 일본 야당 지도부 발언에 대해 "그런 얘기를 듣고 부끄러웠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윤 대통령 발언에 야당이 강하게 반발에 그치지 않고 한·일 정상회담과 대일 외교와 관련해 합동청문회, 국정조사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후폭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방일 당시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일화를 거론했다.
입헌민주당 소속 나카가와 마사하루 헌법조사회장은 지난 17일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곧 방한해 한국 야당 의원들을 만나 미래를 위한 한·일 관계를 함께하자고 설득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얘기를 전하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대일 외교에 대해 "굴욕 외교"라고 비판하는 야당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먼저 민주당은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와 윤 정부 대일본 굴욕외교 저지 연석회의를 연달아 개최해 대일 외교와 관련해 각을 세웠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일본이 이미 수십 차례 반성과 사과를 했다'는 윤 대통령 발언을 상기하면서 "아베 전 총리 담화도, 일본 자민당 우익 의원 발언도 아닌 국민 앞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역대 어느 정부, 대통령도 일본의 반성과 사과도 없이 대놓고 퍼주기 외교를 한 전례는 없다"며 "위안부 합의로 지탄받은 박근혜 정부조차 일본의 사죄, 반성은 받았다"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같은 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랑 대변인은 "국민들도 부끄럽다. 이제는 야당 비판하겠다고 하다 하다 일본 야당 편까지 들고 있으니 정치를 왜 한국에서 안 하고 일본에다 하는가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라며 "야당과 협치하랬더니 일본 야당과 협치할 판이다. 황당하다"고 비꼬았다. 이어 "자신만이 국익을 챙기고 있다는 도취감에 취해있는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되돌릴 수 없는 불행의 늪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대일 외교와 관련해 청문회, 국정조사 등 국회 차원의 대응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합동청문회를 국정조사와 함께 빠른 시일 내 실시할 것을 각 정당에 제안한다"며 ""여당인 국민의힘이 거부할 경우 다른 야당과 신속 추진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