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쟁사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던 패러다임을 과감히 탈피,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던 정 회장의 포부가 무색하게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정몽구 회장이 강조했던 ‘품질경영’이 ‘선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이 계속되고 있다.
일 년 내내 ‘리콜’…수익률 저하에 한몫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판매한 2013년 3월 생산 모델 제네시스 1만6000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브레이크 관련 결함으로 2009~2012년식 제네시스 2만7500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을 포함하면 4만3000대 규모다.
현대차가 국내외를 포함해 리콜을 실시키로 결정한 것이 올해만 6~7번이다.
현대차의 리콜은 올해 초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지난해 12월 선루프 결함으로 국내에서 리콜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같은 문제로 벨로스터 6100대를 안전성 문제로 리콜을 결정했다.
대상은 2011년 7월 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생산한 5100여대의 해치백 모델로 파노라마 선루프에 균열이 생겨 파손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같은 문제로 아랍에미리트에서 127대를 리콜 했다.
4월에는 미국 및 국내에서 판매된 싼타페, 베라크루즈, 투싼 등의 차량 브레이크등에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브라질 법무부가 같은 이유로 차량 2만4000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할 것을 결정했다.
브레이크등 결함으로 현대차가 리콜한 차량 규모는 미국 187만대, 캐나다 36만대, 국내 16만대 등을 포함 230만대가 넘는다.
이는 현대차가 진행한 리콜로는 단일 규모 최대이다.
리콜 차량 또한 다양해 현대차의 엑센트, 엘란트라, 제네시스 쿠페, 싼타페, 투싼, 베라크루즈 등이며 기아차의 론도(카렌스), 세도나(카니발), 옵티마, 쏘렌토, 쏘울, 스포티지 등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크게 추락했다.
7월과 8월에도 리콜은 이어졌다.
7월에는 에어백 압력 감지시스템 결함으로 인해 미국에서 판매한 2012년형, 2013년형 그랜저(현지명 아제라) 5200대를 리콜했다.
현대차는 리콜 이유에 대해 “아제라의 앞자리 조수석 승객이 성인인지 어린이인지를 구분해 에어백을 적절한 압력으로 작동하게 하는 감지시스템의 결함 때문”이라고 밝혔다.
8월에도 쏘나타와 그랜저에 대해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들 차량은 제설 작업에 쓰인 염분이 차량에 닿으면서 이로 인해 차량 후방 서스펜션(노면 충격 흡수장치) 크로스멤버가 부식된다고 설명했다.
크로스멤버가 부식되면서 휠얼라이먼트가 틀어져 바퀴 중심이 흐트러지고 이로 인해 사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콜로 인해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현대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9.7%를 기록, 지난해(10.1%)보다 0.4%p 줄어들었다. 3분기 만에 두 자리 수에서 한 자리 수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노조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누적 실적이 지난해 대비 개선됐지만 리콜 충담금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많이 팔아도 이익이 적어지는 반비례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소비자 실망감 커져…타 브랜드 구매 고려
정 회장은 그동안 품질경영을 강조해 왔다.
올해 초 시무식에서도 정 회장은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을 역설하며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최고의 품질을 위해 끈임 없이 노력하고 모든 접점에서 고객에게 만족과 감동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품질 강조는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부터 4일간 러시아, 슬로바키아, 체코, 독일 등 4개국을 방문한 정 회장은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럽 전 임직원이 역량을 집중해 품질 고급화, 브랜드 혁신, 제품 구성 다양화 등을 추진해 미래를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물새는 산타페 차량으로 인해 ‘수(水)타페’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일부 아반떼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해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다.
현대차는 곧바로 누수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정부 당국의 결과 여부에 따라 불만의 불씨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8월 말에 싼타페의 리콜 여부에 대해 10월 중으로 결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누수로 차체가 부식되는지 실험하는 데 시간이 걸려 정확한 발표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누수 실험 결과에 상관없이 향후 현대차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 이모씨(42)는 “현재 아반떼를 몰고 있는데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계속해서 리콜을 하고 있어 괜히 불안하다. 그나마 외국에서는 리콜을 잘하지만 국내에서는 소비자들이 항의를 해도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 것 같다. 조만간 차를 바꿀 계획인데 다른 회사의 차를 살까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모씨(39)도 “리콜이야 어느 회사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잦은 리콜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다. 차라리 다음에는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수입차를 구매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현대·기아차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