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산업계, 멀어지는 중·러 시장 해법 찾기 고심
상태바
[기획]K-산업계, 멀어지는 중·러 시장 해법 찾기 고심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05.14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공장 매각' 현대차, 러시아선 철수 수순…"정해진 바 없다"
인도엔 3조대 투자 계획…중·러 대체 시장 발굴 노력 경주 평가
배터리 업계, IRA 따른 공급망 다변화…2025년부터 중국산 X
조선업계, 지정학적 리스크 활용 수주 신화…카타르 대박 기대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 입구.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 입구.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차 커져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탈 중국·러시아 정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실상 러시아·중국·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중심의 국제 경제·산업 재편이 이뤄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해법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러시아 현지 공장 2곳을 카자흐스탄 기업 '아스타나 모터스'에 매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원하는 시기에 현지 공장을 되사들인다'는 문구가 들어있는 조건으로 전해지나 투자 손실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2010년에 완공된 러시아 공장에 1조원 가량 투자했고, 3년 전에는 GM 공장까지 인수해 연간 생산 능력을 30만대까지 확대한 바 있다. 그 결과 현대차는 현지 수입차 인지도 1위를 기록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지난해 3월부터는 생산을 중단했다. 국제 사회의 제재로 인해 핵심 부품 조달이 끊겨 자동차 생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현지에서 단 한대도 팔지 못한 결과, 2000명 이상의 직원들은 상당수가 짐을 쌌다는 전언이다.

러시아 공장 매각과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21년 현대차는 중국 전기차 회사 리오토로의 베이징 제1공장을 약 60억위안(한화 약 1조1565억원)에 매각을 확정했고, 지난해에는 충칭 공장 생산을 멈췄다. 또한 오는 6월에는 창저우 소재 제4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정재훈 현대차 사장은 "올해는 중국 사업을 정상화 하겠다"며 중국형 전용·GV60 신형 전기차를 출시해 판매 정상화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대차 내부의 위기 의식을 반영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기술력이 상당해진 만큼 현지화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색상과 선진 전동화 기술력을 통한 '초격차'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신흥 격전지로 급부상한 인도를 중국과 러시아의 대체 시장으로 보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현대차는 인도에 연구·개발비 400억루피(6540억원)를 들여 2028년까지 전기차 6종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대차는 인도에 최대 3조2300억원 수준의 추가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현지 매체 '더 힌두 비즈니스 라인' 보도에 의하면 현대차 인도 판매 법인은 타밀나두주 정부와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관한 업무 협약(MOU)를 지난 11일 체결했다.

현지 판매량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2021년 대비 9.4% 늘어난 55만3000대를 판매했고, 시장 점유율 14.5%를 차지했다. 한편 현대차는 인도 전기 자동차 시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첸나이 공장에 전기차 생산 라인을 추가 구축해 코나 일렉트릭의 조립 생산(CKD)을 시작했고, 지난해 8월에는 아이오닉 5 부분 조립 생산(SKD)을 결정했다.

수산화리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수산화리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배터리 업계는 미국 IRA에 따른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에 맞춰 광물과 소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미 재무부는 배터리의 핵심인 양·음극재를 생산할 때 필요한 물질인 '구성 재료'는 배터리 부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국내 배터리 3사는 해당 물질을 북미 지역에서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공개한 IRA 백서를 통해 중국·러시아·이란 등 해외 우려 기업(FEOC)에 조달한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사용을 금지한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MOU를 맺었다. 또 2025년부터는 약 1만1000톤으로 예상되는 미국 컴파스 미네랄의 탄산 리튬 연간 생산량 중 40%를 6년 간, 캐나다 기업 아발론이 생산하는 수산화리튬 5만5000톤은 5년 간, 스노우레이크가 생산하는 수산화리튬 20만톤을 10년 간 공급받기로 했다.

SK온은 칠레 SQM과 2027년까지 수산화리튬 5만7000톤을 제공받고, 호주 기업 '레이크 리소스'의 지분 10%를 확보해 친환경 고순도 리튬 23만톤을 공급받는 계약서에도 서명했다.

삼성SDI는 포스코퓨처엠으로부터 40조원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양극재를 2032년까지 공급받는다. 양극재 생산 규모는 양사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 역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관계자는 "해외 자원 개발 활성화를 위해 축소 또는 일몰된 지원 사업을 복원하고, 민간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자체 생산 역량을 강화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핵심 광물 생태계 육성·재활용을 통한 폐자원 활용 방안 강구, 대체·저감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며 미국·유럽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IPEF 등 '자원 동맹'에도 적극 동참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회복 탄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2년 인도한 20만㎥급 LN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2년 인도한 20만㎥급 LN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반면 국내 조선업계에 지정학적 리스크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석유 기업 BP는 전세계 천연 가스 매장량이 179조8300억㎥이고, 이 중 26.6%가 러시아에 있다는 추정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서부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가스관을 잠갔다. 가스값이 폭등함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중동 국가들에서 수입하는 방안을 모색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산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2020년 6월 카타르 국영 석유 회사 QP와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2027년까지 100척이 넘는 LNG 운반선 건조를 위한 슬롯 예약 약정서(DOA)를 체결했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 발주가 시작됐고, 카타르에너지와 국내 조선 3사 관계자들이 회동한 만큼 '2차 카타르 대박'도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