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생보 모두 1분기 역대급 실적
IFRS17 도입 후 ‘실적 뻥튀기’ 논란
금융당국 뒤늦게 “가이드라인 정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새 회계제도(IFRS17) 적용을 둘러싸고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손해보험사에 이어 생명보험사까지 올해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보험사의 영업 여건 등 경영 환경은 개선된 게 없는데,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갑자기 실적과 재무 상태가 크게 바뀐 셈이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17을 처음으로 적용한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연결 지배주주 당기 순이익은 706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684억원에 비해 무려 163.4%나 급증했다.
삼성생명의 1분기 보험서비스 순익은 3837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3914억원에 비해 2% 줄었으나 투자 서비스 순익은 지난해 1분기 2769억 적자에서 올해 1분기 299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대형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도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이 50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5% 증가했고 한화생명의 순이익도 4225억원에 달했다. 교보생명의 올해 1분기 CSM은 연결 기준 5조997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4조7493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 금리 하락에 따른 금융상품 평가 이익 증가와 IFRS17 도입으로 인한 보험서비스 이익 증가 등의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NH농협생명은 1분기 순이익이 1146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430억원에 비해 167%가 늘어나는 등 중소형 생명 보험사들도 IFRS17 영향 등으로 급격히 실적이 좋아졌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손해보험사도 삼성화재가 올해 1분기에 순이익 6133억원을 거뒀고 DB손해보험이 4060억원, 메리츠화재가 4047억원, 현대해상이 3336억원, KB손해보험이 2538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보험업계 안팎에선 IFRS17이 처음 적용된 올해 1분기 실적을 두고 설왕설래 중이다. 일각에선 각 사의 회계 기준 자율성이 확대된 점도 일부 보험사가 자의적 가정을 활용해 이익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한편, 논란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뒤늦게 가이드라인 정비에 나섰다. 특히 보험사들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가정을 반영해 이익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보험사 검사에도 들어갔다.
아울러 이달 중 실손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등 주요 계리적(회계적) 가정에 대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