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p)까지 벌어졌지만, 현시점에서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보다는 경기 침체의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무엇보다 불안한 경기 상황이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0.3%)은 민간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고, 3월 경상수지도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에 기대 힘겹게 석 달 연속 적자를 모면했다. 하지만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4월(-26억2000만달러)까지 여전히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은이 그동안 금리 인상의 명분으로 삼았던 물가는 최근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은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인플레이션 수준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데, 이런 경로에 큰 변화가 없다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은은 1.75%p에 이르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도 '아직 견딜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연준의 6월 기준금리(정책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은 '역전 폭 확대'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우리 경제가 1.6% 성장하고 소비자물가는 3.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투자 등도 부진해지자 3개월 만에 다시 전망치를 낮췄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진단했다.
수정 후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4%는 최근 국내외 기관들 사이에 '대세'로 자리 잡던 1.5%보다도 낮은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4일 내놓은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같은 달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0.2%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 연구소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역시 이달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 1.5%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