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적십자, 도움 요청에도 답 오지 않아"
매일일보 = 박성현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남부 카호우카 댐 파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면서 "러시아는 우리가 대반격을 그쪽으로 개시하는 데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어 댐 파괴로 인한 침수 관련으로 우크라군이 구조를 시도하면 점령자들이 사격한다며 현장에 없는 유엔과 적십자를 비판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이날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전투에서 질 것을 알고 있고 이 일대 우리 영토의 수복을 오래 끌어 어렵게 하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1년 전부터 댐에 지뢰가 설치되고 있다는 것을 포함해 무엇인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으며 이를 우리 협력국과 공유했다"며 "모든 이들은 적이 우리가 영토 수복을 위해 해당 지역에 침투하는 것을 느끼면 댐을 폭발할 위험이 높다고 했다"고 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서는 높이 30m, 길이 3.2km의 카호우카 댐이 붕괴해 엄청난 양의 물이 주변 마을을 덮쳤다. 이로 인해 주민 7명이 실종되고 수만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수량인 18㎦로 수력발전은 물론 우크라 남부 크림반도와 동남부에 식수와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아울러 이 댐에 저장된 물들은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 냉각수로도 사용됐다. 이로 인해 댐이 파괴된 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자포리자 원전 지원 IAEA 감시단을 직접 통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카호우카 댐은 러시아군에 점령됐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댐을 폭파했다는 증거는 제시할 수 없다"며 "우리가 현장에 갈 수 있으면 증거를 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장 조사에 국제적으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당 참사는 러시아와 해당 지역을 통제하는 이들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확신하며 놀랍지 않다"며 "이제 우리에게는 고문, 성폭력 등 러시아가 하는 일에 더 이상 놀라지 않고 그들이 전쟁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군이나 구조자들이 사람들을 구하려고 시도하면 점령자들은 먼 곳에서 사격을 가한다"며 "(침수 상황 등은) 범람 수위가 낮아지면 수일 내에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과 적십자를 향해 "우리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며 "나는 깊이 실망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댐 폭파로 전쟁이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쩌면 몇몇 사람들이 드디어 러시아가 어떤지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우크라의 안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일부가 자발적으로 우크라에 군대를 파병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도도 이날 나왔다. 우크라의 나토 안보동맹 합류에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