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재정 건전성 따지며 정반대로 가고 있어"
추 부총리 "추경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아"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촉구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촉구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라며 추경을 비롯한 확대 재정정책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재정건정성 유지를 위한 긴축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갈 뜻을 거듭 확인했다.
13일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야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 운용 방향과 민주당의 35조원 추경 요구 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가 한 것은 오로지 재정준칙, 재정건전성, 전 정부 탓 말고 뭐가 있느냐"며 "이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생각이 나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총리는 "지난 몇 년 동안에 늘어난 부채 400조원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은 인정을 해주셔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어 의원이 "지금 기업들이 다 죽어가는데 정부만 살면 뭐 하나. 지금 정부가 지금 두 손을 놓고 있다"고 거듭 질타했다. 한 총리는 "손 놓고 있다고 해서 국가가 빚을 얻어서 지원해야 하느냐. 그리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고 맞받았다.
재정건전성을 놓고도 두 사람은 충돌했다. 어 의원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투자·소비·수출 되는 게 없는데, 정부 정책까지 재정건전성 따지면서 마이너스로 하면 어디서 플러스 점수를 얻느냐. 지금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지금 같은 위기에서는 무엇보다도 과감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재정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데 '건전성이나 따지면서'라고 말씀하시느냐"며 "400조원씩 국가 빚을 얻어가면서 국가 재정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안 된다. 한전 적자가 어디서부터 나온 건가. 국제 가스 요금이 열배씩 오를 때 단 한 번도 요금 인상을 하지 않은 정부가 바로 우리 의원님의 정부"라고 비꼬았다.
한 총리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거듭 강조하며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다. 재정이야말로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최후의 보루가 된다"며 "재정건전성 확보는 우리의 늘어나는 복지 수요, 저출산과 고령화 등을 단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성장 저하, 통일 등에 대응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35조원 규모 추경 편성에 단호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추 부총리는 이헌승 국민의힘의 추경에 대한 기재부 입장을 묻는 말에 "현재 정부는 추경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지금 세수가 부족하다고 여야 의원님들이 공히 걱정하면서 별도로 35조원을 더 쓰겠다고 하면 도대체 나라 살림을 어떻게 하자는 건가. 한 번쯤 우리가 냉철하게 다시 한번 이 문제를 생각해 봐야 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공공요금 인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추경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유동수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방안은 지금 발표가 돼서 시행되는 중"이라며 "추경 문제는 현재 대책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또 추경을 전체적인 재정 차원에서 해야 되는지 여부를 감안해서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전임 문재인 정부 책임론도 언급됐다. 이 의원은 한 총리에게 "현재 상황이 출범한 지 1년밖에 안 된 윤석열 정부 탓인가. 아니면 전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것인가"라고 묻자, 한 총리는 "전 정부의 정책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재정건전성에 악화 등의 문제들은 우리 경제가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상당히 낮추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분명히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야당은 현재 경제 상황을 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릴 만큼 자유롭나"라고 반문하며 "윤석열 정부가 꺼져가는 국가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고 올해 재정지출 역시 전년 대비 5% 증가 정도로 묶어두고 있다. 현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만큼 여야 모두가 현 경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