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협회 “한국 부채 비율 102.2%로 최고”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통화 긴축 정책에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늘고 있다. 지난 한 달 간 5대 은행의 가계대출만 6000억원 이상 늘었다. 두달 연속 증가세였다. 신용대출 역시 8개월 만에 불었다. 높은 금리를 감당해서라도 당장 빡빡해진 가계 사정을 지키려는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12일 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취약차주 대출 잔액은 94조8000억원으로, 1년 전(93조6000억원)에 비해 1조2000억원 늘었다. 취약차주 1인당 대출 잔액은 7495만원에서 7582만원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대출자를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현황은 통화 긴축 정책에 나선 세계 주요국 중 취약하다. 앞서 지난 5월 국제금융협회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2.2%를 기록했다.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부채 비율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주요국들의 부채 비율은 홍콩(95.1%), 태국(85.7%), 영국(81.6%), 미국(73.0%), 말레이시아(66.1%), 일본(65.2%), 중국(63.6%), 유로 지역(55.8%), 싱가포르(48.2%) 등으로 집계됐다. 국가 경제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는 의미다. 주요국 부채 비율은 일 년 새 내렸지만, 한국은 조사대상 중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GDP를 웃돌았다. 2021년 8월부터 각국의 통화 긴축 정책으로 기준금리가 꾸준히 올리며 효과를 봤지만 우리나라의 경기 부양 효과는 미미했던 셈이다. 가계부채 하락폭은 폴란드 5.8%포인트(p), 말레이시아 5.5%p, 싱가포르 4.6%p, 태국 4.3%p, 영국 3.7%p, 한국 3.3%p 순이다. 업계에서는 가계 대출 부실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1977만명이다. 이들의 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원이다. 한은은 가계대출 차주 중 175만명은 소비 여력을 ‘제로(0)’로 추정했다.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다는 의미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경기 침체, 금리 상승을 겪으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