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돈 잘 벌지만…실적 나쁜 2금융 상생금융 부담 이중고
상태바
은행은 돈 잘 벌지만…실적 나쁜 2금융 상생금융 부담 이중고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7.19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중은행 이어 상생금융 다음 타깃된 카드·보험사들
금감원장 연이은 압박에 지원방식 규모 두고 '고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약차주 지원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약차주 지원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부터 시작됐던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하반기엔 2금융권까지 향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잇달아 상생금융 지원책을 내놓았고, 보험사들도 줄줄이 상생 보따리를 쏟아냈다.

일각에선 2금융권 금융회사들이 실적 악화와 조달 비용 마련 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회 공헌을 강제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매 분기 호실적을 거듭하는 시중은행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 부담스러운 이유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소상공인 및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활동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소상공인 대상 창업·상권·매출·자금 토탈 지원 프로그램 운영 ▲금융 취약계층 대상 2500억원 유동성 지원 ▲취약 차주 대상 1500억원 채무부담 완화로 구성됐다. 우리카드가 2200억원, 현대카드·커머셜이 6000억원, 롯데카드가 3100억원을 내놓은 데 이어 카드사 중에선 네 번째였다. 이런 사회 공헌책이 잇따르고 있지만 업계 분위기는 좋지 않다. 최근 업황 악화로 실적이 나빠져 상생금융을 위한 재정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 연체율 상승 등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와 실적이 많이 악화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5대 은행이 올해 1분기 7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호실적을 기록한 반면, 카드업계는 실적이 오히려 나빠졌다”면서 “그럼에도 이 원장이 방문하지 않은 곳도 알아서 발표하는 등 일부에선 다른 곳이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알아서 사회공헌 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올해 업황은 밝지 않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비씨·우리·하나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약 27.5% 감소한 5866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이 166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5.2% 감소한 수치다. 하반기엔 새마을금고 사태 여파로 채권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영업 조달 비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현재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 지난해 이어진 금리인상으로 조달비용이 상승하면서 대손비용이 증가했고, 계속되는 수수료 인하는 카드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애플페이가 출시되면서 삼성페이를 비롯한 여타 페이사들의 수수료 부과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상생금융 행보에 동참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원 방안을 내놓는 형국이다. 상생금융의 당초 취지는 변질되고 지원 규모와 발표 시기를 놓고 카드사들이 치열하게 눈치 게임을 벌이고 있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순서상의 차이일 뿐 삼성카드·KB국민카드·하나카드 등도 조만간 상생금융 지원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경기 둔화에 자영업자들이나 금융소비자들이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해서 이들을 위한 상생금융안이 마련되는 것은 좋은 취지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카드사들이 실적이 좋은 은행권들에 비해 지원 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서 지원안을 발표한 카드사들이 갈수록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경향이 있어 이보다 확대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남은 카드사들의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감하기는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한화생명이 보험사 중 처음으로 저축보험 등 상생금융안을 내놓았지만, 은행·카드사와 달리 상품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지원 방식을 두고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분위기다. 장기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특성상 단기간 내 상생 상품을 개발하기가 어렵고,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효과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출 상품 위주의 상생안이 유력하나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사 역시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누렸지만, 2분기에는 시장금리 변동에 민감해지면서다. 안영준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삼성·한화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 등 5개 보험사의 2분기 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도 이런 2금융권의 우려를 인식은 하고 있어 보인다. 이 원장은 지난 13일 한화생명을 찾은 후 “결코 여력이 없거나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상 적절치 않은 회사에 강권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각 업권에서 첫 신호탄이 쏘아진 만큼 상생보따리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