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이초 사건 이후, 전국에서 교사들의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한 외침이 잇따르면서 그동안 외면당했던 교권 추락의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 추락한 교권의 현주소를 일거에 환기하며 교권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교사들이 오는 9월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학교 재량휴업과 단체 연가를 추진 중이다. 서이초등학교의 숨진 교사의 49재를 맞아 사건이 벌어진 학교와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기 위해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교 교사가 100명이나 된다. 이 중에는 교사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경우도 상당수일 것이다.
부동의 자살률 1위 대한민국에서 교사들 또한 고통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잠재적 위험을 안고 우리 아이들의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교권이 침해되고 교사가 흔들리면 학교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외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할 방안을 찾지 못하면 공교육의 미래는 갈수록 더 암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권 보호가 체벌과 강압에 기댄 과거 권위주의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게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상충하거나 한쪽을 강화하면 다른 쪽은 약화하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교권 보호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꾀하기 위한 조치다. 교권 침해의 피해자는 교사만이 아니다. 선량한 다수 학생의 수업권 침해로 귀결될 수 있다. 교사의 정당한 지시에 반발하고, 수업을 방해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까지 용납될 수는 없다.
교사들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건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면책이다.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고 폭력적 행동을 제지하는 행위마저 정서적 학대라고 신고하는 바람에 수사 대상이 되고 수업에서 배제되거나 직위에서 해제되는직위해제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학생 지도가 정당한 활동이었는지를 판단할 조사도 하지 않고 신고만으로 교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거나 폭력·폭언을 행할 때 제지할 권한과 수단도 마련해야 한다. 교권 침해나 악성 민원, 소송에 직면할 경우 교사 혼자 감당하지 않고 교장 등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한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특수교사들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마땅하다.
필자도 자녀가 있고 이제 초등 6학년이다. 중·고등학교까지 공교육 시스템 아래에서 교사들의 보살핌 속에 교육받아야 한다.
그런데 교사들이 불안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들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교사들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필자는 오는 9월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