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심사 미청구…연내 상장 계획 사실상 어려워
낮아진 기업가치, 얼어붙은 투자시장 등 극복과제
낮아진 기업가치, 얼어붙은 투자시장 등 극복과제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도전장이 크게 위축되는 모양새다. 투자자들과 약속한 IPO 완료 기한이 임박했지만, 현재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물론 낮아진 기업가치, 얼어붙은 시장 등 대내외 변수까지 쌓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연내 상장은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쏠리는 가운데 자산 매각, 연기 등 다양한 카드를 놓고 노심초사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새마을금고로 꾸려진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5년 내 IPO를 약속했다. 기한인 오는 9월말까지 상장을 매듭짓지 못하면 투자금의 8% 수익을 얹어 돌려주기로 했다. 지난해 8월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공동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뽑은 뒤 별다른 행보는 없었다. 현재 IPO 마감시한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상장예비심사신청 이후 신규상장까지 약 4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11번가의 연내 상장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11번가가 IPO를 속도 조절하는 배경에는 투자심리 위축, 증시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제값을 인정받기 어려워진 탓이 크다. 이런 이유로 올초 새벽배송 업체인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이 증시 입성을 시도했다가, 상장의 꿈을 미루기도 했다. 그럼에도 투자 시장을 예의주시해 증시 진출 시기를 검토하겠다는 입장 자체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상장을 진행하기 위한 선택 갈림길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나일홀딩스 컨소시엄 측을 설득해 상장 기한을 연기하는 대안이 제기된다. 한때 2조7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11번가는 1조원 수준까지 몸값이 하락했지만, 최근 들어 덩치와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11번가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19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9% 성장했다. 영업손실의 경우 2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0억원) 보다 축소됐다. 자산 매각을 통한 돌파구 모색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7월 11번가 모회사인 SK스퀘어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에 SK쉴더스 지분을 매각하는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한편, 싱가포르 이커머스기업 ‘큐텐’이 11번가 지분 인수 추진설이 돌았지만, 양측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11번가 관계자는 “자사가 IPO를 목표로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시장상황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며 “꾸준한 수익성 개선 노력을 통해 지난 6월 ‘오픈마켓’ 사업이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던 만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고객들이 11번가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외형 성장도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