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돌아온 유커(遊客,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민국 관광 1번지’ 명동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명동은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한국 대표 관광 지역 중 하나다. 관광 수요에 지역 전반 분위기와 업황이 직격타를 맞는 구조로, 코로나19 유행 당시 상권이 크게 시들해졌다. 엔데믹 전환 이후 지난 6월에는 96만1000여명이 명동을 찾는 등 차츰 활기를 되찾았고, 이번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를 기점으로 완연한 회복세에 올라 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2017년 이후 6년 5개월여 만에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한국은행은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를 통해 중국인 입국자 수는 올해 하반기 중 약 220만명을 기록,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본격적 관광객 회복 효과가 중국 3대 연휴 중 하나인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 기간에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0.06%포인트(p)가량 끌어 올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기업, 지역 소상공인 등 전방위가 유커 발(發) 호재 잡기에 분주하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구매하는 화장품과 패션 상품군을 명동 등 관광 상권 중심으로 확대한다.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아미’와 ‘메종키츠네’를 지난 1일 명동본점 10층에 입점시켰다. 지난달엔 명동관광특구협의회와 ‘명동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동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 명동을 상징하는 엠블럼 조형물을 만들고 K-컬처를 즐길 수 있는 체험관도 조성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비자 발급 재개에 따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의 한국 관광 로드쇼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달 23∼29일 중국인 매출은 직전 일주일 대비 약 16%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점 미디어파사드에서 이달 말까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K팝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상영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달 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 ‘아미’의 국내 첫 면세점 매장을 열었다. 아미는 대표 매장인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의 외국인 고객 매출 비중이 올해 8월말 누적 매출 기준으로 50%에 달할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다.
화장품업계는 내달 초 예정된 중국의 중추절, 국경절 등 연휴 대목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할인 행사를 마련하고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어 홍보물을 재정비하고, 명동 주요 상권 매장에서 상품 소개 등 홍보활동을 강화한다. LG생활건강은 매장 환경을 개선하고 중국어 안내 책자를 준비하는 동시에 중국어가 가능한 판매상담원을 전진 배치한다.
서울 중구는 내달부터 명동 일대를 가격표시 의무지역으로 지정, ‘명동 바가지요금’ 근절에 나선다.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 속, 지역 및 국가 이미지가 실추할 우려가 나오자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서울광장 옆 프레지던트호텔부터 IBK파이낸스빌딩, 명동역 10번 출구, 고려대연각타워를 잇는 총 0.42㎢ 규모 구역 안의 가게들이 대상이다. 지하상가도 포함돼 이달 기준 총 1011곳이 가격표시제 대상이 된다. 구는 내달 한 달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0월1일부터 해당 제도를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지도점검을 병행해 미이행한 가게를 적발하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집계한 지표를 통해 중국 관광객 재유입에 따른 매출 회복세가 가파르단 걸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명동이 위치한 중구에서의 오프라인 매장 일일 방문객 수 및 매출 증대가 두드러지는데, 최근 각종 면세, 패션, 뷰티 업체들이 해당 지역을 겨냥해 신규 매장과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