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조총련,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북한 대리기관"
기동민 "안보 요체 국방부, 尹 정부에서 동네북 전락한 듯"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갈등예산만 부추기는 형태의 '이념전'을 다시금 벌였다. 국민의힘은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친북단체인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행사에 참석한 것을, 더불어민주당은 국방부에 홍범도함 개명 논란 등을 문제 삼으면서다.
여야 간 끝도 없는 '말 싸움' 소모성 갈등이 확산되면서 집행부의 정책추진과 사업관리, 예산 낭비 등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심사 방향보다, 때 아닌 이념 논쟁에 매몰되며 주요 현안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포문을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여는 양상이다.
양 의원은 4일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윤 의원을 겨냥해 "대한민국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친북 반국가세력 행사에 참석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 1일 일본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참석했다. 허종만 조총련 회장은 2020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 최고 등급으로 알려진 '노력 영웅' 칭호와 국기훈장 1급을 받은 인물이다. 또 고덕우 조총련 도쿄본부 위원장은 행사에서 한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도당'이라고 지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양 의원은 "지난 1일 우리 정부를 '남조선 괴뢰도당'이라고 칭하는 친북단체인 조총련이 주최하는 관동 대지진 100주년 행사에 윤 의원이 참석한 것"이라며 "친북 세력이자 반국가세력이라고 할 조총련 행사에 의원 외교단도 아닌 국회의원 1명 참석을 위해 국민 혈세를 써서 다녀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관련해 의견을 요청받은 박진 외교부 장관은 "(윤 의원의 행사 참석은) 적절치 않다"며 "조총련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다. 북한의 대리기관이고, 북한의 주일 대표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또 "통일부에서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조총련 구성원을 접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접촉신고를 해야 하지만 윤 의원은 신고한바가 없다고 했다"며 "윤 의원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 맞느냐"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물었다.
김 장관은 "(윤 의원은) 현행법을 위반했다"며 "윤 의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 색깔론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법에는 색깔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육군사관학교의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 논의로 촉발된 '홍범도 지우기' 논란을 집중 추궁하며 맞섰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국방부는 안보의 요체이고 국가 방위의 중심인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동네북으로 전락한 것 같다"며 "홍범도 잠수함 개명 논란에 대해 어떤 판단들을 하고 있나. 국방부 최종 입장은 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국방부도 홍범도함 명칭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지 않겠나고 보고 있다"며 "(한덕수) 총리님도 개인 입장이라는 전제 하에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리의 주적과 전투를 해야 하는 군함에다가 전 소련 공산당원 자격을 가진 사람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며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일 해군에서 명칭 변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과 배치된다. 기 의원이 관련해 질의하자, 이 장관은 "의견을 좀 더 들어보고 해군의 입장도 들어보고 해서 필요하다면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념 논쟁에 불을 지폈다.
정치권이 이념 논쟁에 몰두하는 가운데, 시급한 민생 현안을 등한시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9월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 등 여야 쟁점법안이 산적한 상태다. 여기에 이념 논쟁이 더해지면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