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령화와 저출산’…유통街, 매출 축소 불가피 ‘사업다각화’ 속도
상태바
[기획] ‘고령화와 저출산’…유통街, 매출 축소 불가피 ‘사업다각화’ 속도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9.10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 경제활동 인구 감소에 주 타깃층 재설정…신사업 전략 재정비
시니어 겨냥 ‘케어푸드’ 각광…새먹거리 ‘골드키즈‧펫팸족’ 잡기 분투
사진은 아워홈 영양사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서데이케어센터에서 '인지기능개선 관리 식단'을 시설 이용 어르신에게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워홈 제공
사진은 아워홈 영양사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서데이케어센터에서 '인지기능개선 관리 식단'을 시설 이용 어르신에게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워홈 제공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인구절벽' 최대 난제에 봉착한 유통업계가 사업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은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20%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올 상반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갱신했다.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총인구(지난해 5169만2000명)도 2021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생산 및 소비를 담당하는 주요 경제활동 인구가 줄면 매출 및 수요 축소는 불가피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패션‧채널 등 유통업계 전반은 주 타깃층을 재설정하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춰 신사업 전략을 짜는 등 대대적인 생존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제과업계는 주요 소비층인 유아동‧청소년층이 줄자, 어른입맛을 겨냥한 안주용 과자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 초부터 거세진 ‘할매니얼’ 트렌드와 맞물려 제과류 수요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할매니얼은 ‘할머니’와 ‘밀레니얼’를 합친 신조어로,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젊은 세대 사이에서 옛 문화에 대한 선망과 호기심에서 비롯된 뉴트로 트렌드를 일컫는다. 농심은 새우깡의 후속작 ‘먹태깡’을 내놨다. 맥주 안주로 인기가 많은 먹태의 맛을 접목한 제품으로, 기획 단계부터 ‘안주스낵’을 겨냥해 과자의 맛과 콘셉트 등을 설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출시 후 일주일 만에 100만봉 이상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자, 수요에 발맞춰 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스낵의 일부를 타 공장으로 이관하고, 먹태깡 생산량을 증대하는 등 공급량을 30% 늘렸다. 롯데웰푸드도 안주 과자 열풍에 편승해 이달부터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을 선보였다.
식자재업계는 시니어 사업 강화에 나서며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케어푸드’ 사업은 알짜배기 수익원이 됐다. CJ프레시웨이는 고객 데이터 기반의 ‘시니어 토탈 케어 솔루션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CJ프레시웨이의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헬씨누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 성장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복지시설 및 병원 등에 환자식을 공급하던 역량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B2C 케어푸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업계는 ‘골드키즈’ 잡기위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한 자녀만 둔 가정이 늘어나며, 하나뿐인 자녀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부모들이 늘어나자, 이를 타깃팅하고 나선 모습이다. 아이 한 명을 위해 가족 모두가 지갑을 연다는 뜻의 ‘텐포켓’ 트렌드도 등장하는 등 출산율 하락에도 고가 유아동 용품 시장은 부흥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아동 제품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6.4% 증가했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20%대 수준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펫사업도 미래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아이가 줄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펫+패밀리의 합성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로 2020년 말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600만 가구를 넘어섰다. 4가구 중 1가구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밝힌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지난해 3조4000억원에 달했으며, 올해 4조6000억원을 넘어 2027년에는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 신세계는 프리미엄 반려동물 전문관을 프리미엄화해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반려동물과 동반 식사가 가능한 공간인 ‘펫 그라운드’를 별도로 조성했다. 반려동물 동반 고객이 많은 아울렛 특성을 감안해 다른 고객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별도 출입 및 동반식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신세계그룹의 리빙·라이프스타일 기업 신세계까사는 반려동물 친화 가구 브랜드 ‘몽스’를 출시했다. 스크래치에 강한 기능성 패브릭, 견고한 원목 등을 쓴 가구와 소품을 선보인다. 각 제품의 기능은 반려동물 습성과 생활패턴을 고려해 설계했다. LF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도 반려견 의류 라인을 론칭했다. 베스트셀러인 아이코닉 시리즈를 반려견 의류 라인으로 확대, 견주와 반려견이 ‘시밀러룩’을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어 경제활동 인구라고 할 수 있는 4050세대의 인구수가 줄어든 것은 매출로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 시장의 구도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이를 신제품과 마케팅에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향후 시장 경쟁의 승기를 좌우하는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