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유럽 반(反)이민 정책 강화 배경 분석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최근 치러지는 유럽 국가들의 선거에서 우파 정당의 승리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럽 정치권에선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이후 급증세를 보이는 이민자 문제를 꼽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복수 외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스위스 총선에서 우파 성향의 제1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은 29.0%를 얻어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국민당은 급증하는 이민자 유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정책 노선을 선거 내내 강조해 왔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지난 2019년 총선 대비 득표율을 3.4%p나 끌어올리며 제1당 지위를 공고히 다졌다.
이민자 관련 강경 정책을 내세우는 우파 정당이 선거에서 약진하는 모습은 단지 몇몇 국가에서 관찰되는 현상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국경이 다시 열리자 특히 유럽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이민자가 크게 늘었다. 우파 정당 선전은 자국 이민자에 대한 강경 정책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로 읽힌다.
실제로 지난해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에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선출되기도 했다. 강경 반(反)이민 공약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멜로니 총리는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정책을 고수하며 주변국들과 마찰을 야기했지만, 자국에선 탄탄한 지지기반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독일도 이달 치러진 2개 주 지방선거에서 중도 우파인 기독민주당(CDU)이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립정부(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를 압도했다. 뿐만 아니라 반이민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약진하며 이민정책에 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해당 선거 패배로 숄츠 총리는 난민 국외 추방에 속도를 내는 정책을 내게 됐다.
스웨덴도 작년 9월 총선에서 집권 중도좌파연합이 우파연합에 패배했고, 당시 돌풍을 일으킨 극우 포퓰리즘 정당 스웨덴민주당은 내각에는 참가하지 않으면서도 원내 제2당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민주당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존재감이 미미한 군소 정당에 불과했으나, 반이민 정서와 자국 우선주의, 치안 중시 등의 기조를 앞세워 빠르게 세력을 확장, 주류 정치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4월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국민연합당은 이달 극우 핀란드인당을 포함한 3개 정당과 함께 새로운 연립정부 구성을 구성했다. 연정 구성이 마무리되자마자 핀란드인당이 요구해 온 강경한 이민정책 발표가 나왔다.
최근 유럽 여러 국가들이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는 데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도 한몫했다는 게 주된 시선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활동에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테러로 피해가 발생한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원치 않는 이민자들로부터 유럽을 더 강력히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프랑스도 불법 체류 극단주의자를 해외로 추방하는 데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유럽 국경 위기가 고조되면서 실제 EU 내에서도 폭력적 행위의 위험 수준이 높아졌다"며 국경 통제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