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 협력에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압박 논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국과 미국의 외교수장이 9일 양자회담을 갖고 외교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는 특히 지속되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 한미일 3국이 협력해 대응할 뜻을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북러 군사협력,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 등 포괄적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 장관은 회담 후 블링컨 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북한의 핵 위협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며 "한미일이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 위협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우리 정부는 언제든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놨다"고 덧붙였다.
북핵 대응과 관련해서는 "지난 7월에 한미 핵 협의 그룹이 출범했으며 9월에는 한미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군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대거 들어온 것을 언급하며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한미 동맹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한미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움직임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박 장관은 북러의 군사 협력에 대해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전세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에게 군사적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장비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을 위해서 기술적 지원을 하는 것도 보고 있다"며 양국 군사협력이 쌍방향 관계라고 분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 양국이 매우 큰 우려를 가지고 있는 사항"이라며 "(두 국가에 대한) 압박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두 장관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에 대해 언급하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장관이 "이럴 때일수록 동맹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협력도 지속 강화해 가기로 했다며 상호 편리한 시기에 3국 외교장관이 다시 모여 협력 강화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회담 전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동안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 확고히 구축됐다"며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블링컨 장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북한·북핵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중동정세의 불안으로 미국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한국과의 동맹, 그리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자"며 "한일 관계와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진전을 이끈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올해 한미 동맹이 70주년을 맞은 가운데,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2021년 3월 이후 2년 반 만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