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부터 대외 리스크 확대로 수출 위기
기술개발뿐 아니라 유출방지‧처벌강화 필요성 촉구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중국 패권 경쟁 등 대외 여건 악화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기술경쟁력 확보가 최대 과제로 남았다.
세계 패권 경쟁을 펼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기술을 확보해 경제위기 속 활로를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자국 내에서 주요 원자재를 생산할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기술력 확보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구축이 요구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기술경쟁력 강화를 꾸준히 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기술경쟁력을 언급한 만큼, 각계의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 기업들의 눈부신 성과로 국내 산업계의 발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장기적으로 민‧관이 힘을 합쳐 새로운 경쟁력을 구축하는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글로벌 경기는 2020년부터 지속적인 변수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경쟁까지 점화됨에 따라 국내 경기는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나타내고 있다.
계속되는 위기 속 국내 경제에도 적신호가 들어오는 실정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 부문이 뇌관이다. 수입의 감소폭이 수출의 하락세보다 낮은 ‘불황형 흑자’ 기조가 최근 해소됐지만, 여전히 국내 주요 수출 분야인 반도체 시장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원자재가 없는 점도 기술력 확보에 대한 니즈를 더욱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한국은 주요 원자재를 수입한 뒤 가공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성장시켰다. 중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주요 원자재 수출을 통제할 경우 국내 기업에 미치는 악재로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부는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열린 ‘글로벌 우수 신진연구자와의 대화’에 참석해 연구자들의 기술혁신에 속도를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혁신적 연구는 성공과 실패가 따로 없는 만큼 실패를 문제 삼지 않겠다”며 “연구자들이 혁신적 연구에 열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산업계의 기술혁신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 연구개발(R&D)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기업들도 자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업계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최근 노바티스와 1조7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종근당은 지난 6일 노바티스에 퇴행성 질환에 작용하는 히스톤탈아세텔화효소(HDAC) 억제제 계열의 신약 후보물질인 ‘CKD-510’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넘겼다. GC셀의 ‘아티바’와 대웅제약의 ‘CS파마슈티컬‧비탈리바이오’, 오름테라퓨틱스의 ‘BMS’ 등도 올해 기술수출 성공사례로 평가받는다.
다만 기술유출에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요 기술이 유출됨에 따라 타 국가에서 핵심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월부터 9개월간 ‘경제안보 위해범죄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해외 기술유출 사건 21건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단속 대비 75% 증가한 수치로 2013년 이후 가장 많다.
특히 기술유출 사례는 국가 핵심기술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적발된 기술 유출 사건 104건 중 60건(58%)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과 관련됐다. 최근 5년간 국가전략기술 유출로 기업이 본 피해액을 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관련 기술 유출 시도가 부쩍 늘었다.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5년여간 발생한 사건만 30건으로 2013~2017년(7건) 대비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핵심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을 발표했지만, 아직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범정부 기술유출 합동 대응단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각국의 치열한 첨단기술 확보 경쟁 속에서 기술과 인력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부 발전뿐 아니라 유출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지리적 특성상 주요 원자재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 강화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기술유출의 경우 사전예방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꼽히지만, 결국 발생하는 범죄에는 처벌을 강화해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결국 새로운 기술력을 안전하게 확보한 뒤, 관련 산업 육성에 집중해야 경제 성장의 밑바탕이 구축될 것”이라며 “크게는 위기에 내몰린 국내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경쟁력 강화는 국가 단위로 나서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