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저탄소 등 제도적 뒷받침…미래 신사업에 힘 보태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전방위적인 규제 혁신에 속도가 붙자, 산업계에 활력이 돌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간 산업계 성장을 옥좨왔던 실타래 규제들에 대한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7일 ‘신산업 분야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바이오·헬스(4건)을 비롯해 △무탄소 에너지·환경(7건) △미래형 모빌리티·로봇(7건) △콘텐츠(2건) 등 4개 분야의 규제 20건을 발굴해 개선하는 게 골자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경우, 산업 육성에 걸림돌로 꼽혀왔던 모호한 기준 조항들을 명확히 잡고 나섰다. 새로 생겨난 건강서비스들이 의료인만 수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규정한다. 의료행위 비포함 서비스 범위도 확대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가 출시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유학생, 해외여행객 등 재외국민에 대한 비대면 진료도 제도화한다. 현재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 범위에 재외국민을 포함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고, 각계 의견을 반영해 시범사업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노후화 태양광·풍력 성능 개선 관련 규제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노후화 무탄소에너지 설비를 리파워링(부품을 교체해 용량·효율 개선)할 때 지자체별로 상이하게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한다.
저탄소 항공연료 관련 기술을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세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수소연료전지를 포함해 비상 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력 공급원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발전공기업의 경영평가를 할 때 국내 기업과의 동반 해외 진출 등을 평가해 국산 기자재 활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친환경 이동 수단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미래형 모빌리티·로봇 업종 관련해선 전기이륜차, 서비스용 로봇, 드론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뒀다. 내년까지 우체국 등 공공부문에 우선 배터리 교환형 전기 이륜차를 도입하고 이후 치안과 사회복지 분야 등으로 확대한다. 지원 대상 로봇 제품을 선별할 땐, 우수 중소 제조사가 선정되도록 제도를 바꿔 우수 중소기업 판로 확보에 나선다.
수도권 고고도 드론 비행시험 인프라도 확충, 신산업 발전 기반을 마련한단 방침이다. 기존에는 수도권에 고고도(1㎞ 이상) 비행시험장이 부족해 드론을 개발·조립하는 곳에서 시험장까지 운송에 많은 비용이 들었다.
기업들의 행정 부담을 덜고자, 산업 현장의 도급승인 심사도 간소화한다. 향후 도급승인 심사 서류 중 공정안전보고서 심사서류와 중복되는 서류는 공정안전보고서 서류로 갈음할 수 있게 된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영화관 광고 사전심의를 완화한다. 앞으로는 방송 영상을 통해 송출된 광고는 영화관에서 상영되더라도 사전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예외규정이 마련될 전망이다.
규제 개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경제규제 혁신 플랫폼’도 구축했다. 중기중앙회·대한상의 등과 공동으로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 상황을 공개하는 플랫폼이다.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발굴해, 규제개선 처리과정 및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개선 효과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지속 점검‧보완해갈 계획이다.
고물가 장기화 기조에, 소비자 생활에 밀접한 생필품의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란 뜻의 ‘슈링크(shrink)’와 전반적·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는 전략이다. 일부 선진 국가에선 슈링크플레이션이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단 공감대를 형성, 관련 현상을 감시 및 제재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제품 내용물이 바뀌었을 때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하는 조치를 관련 업계와 함께 검토하고 나섰다. 앞서 공정위와 소비자원, 기재부·농식품부·산업부·해수부·식약처 등 관계부처, 소비자단체는 지난 22일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실태조사 등에 대한 진행 현황을 공유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내년 1월 1일부턴 식품·산업 원재료 76개 품목에 대해 낮은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산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는 주요 원재료들을 지원한다. 분야별로 △석영유리기판(반도체)·리튬니켈코발트망간산화물(LNCM·이차전지) 등 신성장 소재·원료 △알루미늄 합금(자동차)·니켈괴(철강) 등 전통 주력산업 원재료 △분산성염료(섬유)·사료용 옥수수(사료) 등 취약 산업 품목 등이다. 물가안정과 관련해선 △식품용 감자변성전분·설탕·조제땅콩·닭고기·계란가공품 등 식품·식품원료 △LNG·LPG·원유(나프타용, LPG용) 등 산업발전원료에 할당관세가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이 현장에 반영되기 까진 일정 유예기간이 걸려, 당장의 효과를 논하긴 이르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스탠스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개선책을 강구한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둔다”며 “불황 장기화에 따른 산업계 침체를 일부라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보완돼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