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기준 도입 이후 '실적 부풀리기' 논란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새로운 회계제도 적용으로 실적이 올랐으나 오히려 M&A에서 발목을 잡은 것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ABL생명‧KDB생명‧MG손해보험 등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아울러 롯데손해보험‧동양생명도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중 KDB생명은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 성사 기대감이 높았지만 최종 불발됐다. 하나금융은 약 두 달간 실사작업을 거치며 “그룹의 보험업 강화 전략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선을 그었다. ABL생명 역시 지난 8월 예비입찰에서 다수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실제 협상 과정 중 인수 주체들 사이에서 매각가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벽에 부딪혔다. 이때 한 사모펀드사가 BNK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려 했으나 BNK측이 인수를 철회하면서 매각에 실패했다. MG손해보험의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주관사를 통해 실시한 예비입찰에 단 한 곳의 PEF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결국 복수의 원매자가 있을 때 입찰을 성립시키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유찰되고 말았다. 지난달 5일까지 입찰한 원매자는 단 한 곳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보험업계는 IFRS17 도입으로 회계 불확실성이 커지며 영향을 줬다고 해석하고 있다. 회계 기준 변화로 실적에 착시효과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순익이 많이 증가했으나 일각에서는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계리적 가정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늘거나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사는 IFRS17 적용 첫해인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보험업계의 신뢰 제고를 위해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2금융권인 보험사들은 보험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내기 때문에 순이익이 카드사와 증권회사에도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5대 은행을 합친 수준을 능가해서 돈을 번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