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와 엔터테인먼트의 불편한 만남
- 똑똑한 임원들의 바보 같은 결정이 불러온 뜻밖의 결과
- 그리고 ‘광고 없는 스트리밍의 종말’이 불러올 미래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출판사 시공사(대표 윤호권)의 경제경영, 인문사회 브랜드 알키가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를 출간했다.
실제 디즈니는 무려 20여 년 전 ABC방송의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과 ‘로스트’가 불법 다운로드로 몸살을 앓던 시절, ‘스트리밍 시대’를 예견하고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온라인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한 바 있다.
스트리밍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순히 미디어 산업에서 일어난 전쟁의 참여자들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시각에서 벗어나, 빅테크와 엔터테인먼트라는 이질적인 두 산업이 시대적 흐름으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면서 일어난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입장과 생각을 지닌 경영진들의 오판과 실책, 금융 위기와 팬데믹과 같은 뜻밖의 요인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는 전설적인 언론인 월트 모스버그에게 “탁월한 기자”라는 극찬을 들은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자와 ‘뉴욕타임스’ 출신의 비즈니스 전문 기자가 힘을 합쳐 미디어 산업에서 수십년 동안 벌어진 사건들의 비화를 추적한 르포다.
파라마운트픽처스의 수장이 불같이 화를 내며 셋톱박스를 2층 창밖으로 던진 이유는 무엇이며, 넷플릭스가 모두가 한물갔다고 취급하던 배우에게 2600억원을 배팅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정반대 성향이었던 HBO CEO와 워너미디어의 수장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넷플릭스를 성공 궤도에 올린 신디 홀랜드와 테드 서랜도스가 갈등을 빚은 진짜 이유는 뭘까.
책은 디즈니와 애플의 동맹에 영향을 미친 스티브 잡스의 불법 다운로드와 나아가 모바일을 장악한 애플이 크리에이터들에게 외면받고 고객 중심 사고가 외려 독이 됐던 아마존의 실책까지 살펴본다.
독자들은 전현직 업계 종사자들의 증언들을 통해 경영진의 사소한 결정이 불러온 나비효과와 화면 뒤에 감춰진 기업 간 암투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살아남기 위해 여전히 발버둥 치고 있는 기업들과 ‘광고 없는 스트리밍의 종말’이 불러올 미래를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몰아보고 빠르게 보고 완결해야 보는 시대
콘텐츠 시장의 교란자와 생존을 위한 기업들 간 사투
‘구독 피로’의 시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의심받고 있는 스트리밍 시장은 누구도 최후의 승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핵심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들이 내린 결정이 뒤엉키며 벌어진 뜻하지 않은 나비효과다.
미디어 산업의 시대적 흐름이 본방 사수와 영화관 나들이에서 몰아보기와 거실로 넘어가는 시기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상황을 곡해하거나 이해 관계로 차악을 택해야만 했던 기업의 수장들, 콘텐츠에 대한 견해 차이로 벌어진 경영진 간의 불화, 배신이 예정된 미디어 기업 간 일시적 동맹 속에 스트리밍 산업의 진짜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다.
단순히 흥미로운 뒷얘기라는 점에서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니다. 표류 중인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힌트 또한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영화 제작사, 케이블 업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에이전시까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비화를 넘어 기업들의 진짜 의중과 미래 전망까지 날카롭게 추론한다.
실리콘 밸리의 할리우드 침공이 불러온 파국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처절한 싸움을 엿보다
수많은 사람이 매주 같은 시간,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실적 부진으로 흔들리는 디즈니는 2024년 NBC유니버설이 보유한 훌루의 지분을 인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거대 콘텐츠 회사와 대형 통신사 AT&T의 만남으로 주목받았던 워너미디어는 결국 파국을 맞았다.
워너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하며 탄생한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는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를 발표하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비웃음을 산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은 여전히 할리우드를 기웃거리는 중이다.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심을 받는 넷플릭스, 역전의 기회를 노리지만 쉽지 않아 보이는 디즈니, 각각 유통과 IT의 왕좌를 차지한 아마존과 애플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영화와 드라마, 예능에 이어 새로운 전쟁터로 떠오르는 스포츠 중계권, 그리고 ‘광고 없는 스트리밍의 종말’이 불러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할리우드가 힘을 잃어가는 과정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기업들 간 복잡한 이해관계와 수많은 드라마 및 영화가 탄생하기까지의 뒷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보길 권한다.
저자 데이드 헤이스 Dade Hayes는 ‘데드라인’의 비즈니스 분야 편집자다. ‘뉴욕타임스’에서 기자로, ‘버라이어티’에서 기자와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엔터테인먼트위클리’의 선임기자를 역임했다. 1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팟캐스트 ‘비즈니스 전쟁(Business Wars)’ 등에 기고를 해왔으며 BBC, CNN과 같은 언론 매체에 출연한 바 있다.
저자 돈 흐미엘레프스키 Dawn Chmielewski는 ‘톰슨로이터’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분야 특파원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 기자, ‘포브스’에서 선임기자를 역임했다. 20여 년간 엔터테인먼트와 빅테크 분야를 취재해 왔으며 특히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를 노린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보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전설적인 언론인으로 손꼽히는 월트 모스버그(Walt Mossberg)로부터 “다재다능하며 탁월한 기자”라는 극찬을 들었다.
역자 이정민은 대학에서 역사, 대학원에서 국제학을 공부했다. MBC 문화방송에서 번역 작가 및 구성 작가로 활동했으며 외교통상부에서 홍보 에디터로도 근무했다.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서 잘 읽히면서도 원전의 가치를 오롯이 전달하는 글을 선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